[한라일보] "눈앞이 캄캄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나오던 날들"이었다. 2년여 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던 때를 그는 이렇게 떠올렸다. 그래도 많은 이들의 응원 덕에 다시 일어섰고, 그랬기에 더 희망을 말한다.
투병 중에도 틈틈이 곡을 발표해 온 제주어 가수 양정원 씨가 새 음원을 내놨다. 제주와 서울 병원을 오가며 만들었다는 '골앙몰라마씸'(말해도 몰라요), '궤기장시 아지망'(고기장사 아줌마)이다. 그가 작사·작곡한 두 곡 모두 흥겨운 리듬에 제주어 노랫말을 얹었다.
골앙몰라마씸은 나이가 들어서야 '어멍아방'(어머니 아버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다시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이다. '궤기삽서 궤기'라는 친근한 아지망 목소리로 시작하는 궤기장시 아지망은 옛 추억의 장면을 불러냈다.
정원 씨는 "어릴 적에 (바다가 먼) 제주 중산간 부락에는 '궤기 삽서'라며 생선 장사 차들이 돌아다녔는데, 재수가 좋으면 반찬거리 걱정도 해결됐다"며 "사람들이 들으면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재밌고 경쾌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원 씨는 새해 첫 시작인 지난 1월, 거의 한 달을 제주어 노래로 전국을 누볐다. 제주 출신 양윤호 감독의 영화 '삼춘 어디 감수광' 촬영을 위해서다. 양 감독을 포함해 배우 이태리 씨까지 모두 세 명이 주연을 맡은 영화에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노래를 이어가는 그의 삶의 얘기도 담길 예정이다.
그는 제주어 노래를 만들 때를 "스스로 행복한 시간"이라고 했다. 그 행복감으로 2025년에도 희망을 꺼내놓으려 한다. 주변의 응원으로 병이 차도를 보이는 데에 따른 감사 인사이기도 하다.
"건강이 회복되길 응원해 주는 많은 분들 덕분에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좋은 노래로 고마운 분들에게 보답해 드리는 게 제 소망입니다. 2025년에도 새로운 제주어 창작곡으로 희망을 노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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