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유사성만으로 지명을 해석
[한라일보]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산6번지, 표고 342m, 자체 높이 112m다.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에 한좌보산(閑佐甫山), 1653년 탐라지와 1864년 대동지지 등에 한좌악(閑坐岳)이 기록된 이래, 좌보산(左甫山), 좌부악(左釜岳), 좌보악(左輔岳) 등이 검색된다. 오늘날 네이버지도에 좌보미, 카카오맵에 좌보미오름으로 표기하였다.
지명 좌보미가 무슨 뜻인가? "좌·우에 봉우리가 있어 처음 '좌보뫼'라고 했다가 '좌보미'로 변형되어 불리게 된 것이며, 한자표기화에 의해 '좌보악(左甫岳)'이라고 표기하게 된 것" 제주도가 발행한 '제주의 오름'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좌우에 봉우리가 있어서 이렇게 불렀다니 이런 우스꽝스러운 설명이 어디 있을까? 좌우, 우좌, 앞뒤, 안팎, 상하 이런 위치 개념은 기준이 정해진 후라야 정할 수 있는 문제다. 과연 좌보미에서 이런 이름이 가능할까?
또 어떤 연구자의 설명은 이와 다르다. 이 오름을 일찍부터 한좌보미라 부르고 한좌보산(閑佐甫山), 한좌악(閑坐岳)으로 표기한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한좌보산은 한좌보미의 한자차용표기로서, 한(閑)은 한의 음가자 표기, 좌(佐)는 좌의 음가자 표기, 보(甫)는 보의 음가자 표기, 산은 뫼의 제주어 미의 훈독자 표기라 했다. 좌보미는 좌보+미의 구성인지. 그 자체가 하나의 어휘인지 확실하지 않다고도 했다. 확실하지 않다면서 어떻게 음가자인지, 훈독자인지는 단정할 수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선 이런 설명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미'가 산을 지시하는 제주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미 밝힌 바와 같이 '미'란 제주어에서 물을 지시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앞 회를 참조하실 수 있다.
알오름, '알 모양', ‘귀엽다'는 뜻은 없어
좌보미란 '좌+보+미'의 구성이다. 여기서 '미'는 물 혹은 물이 있는 곳을 뜻한다. 나머지 '좌+보'에서 '보'란 말은 바리메 편에서 밝힌 바 있다. 바리메는 '바리+메'의 구성이다. '메'는 물을 지시하므로 '바리'가 문제가 된다. 기존의 설명은 주로 스님의 공양 그릇과 같이 생겼다는 뜻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 말은 '불룩한', '부풀어 오른 부분'을 나타내는 말이며, '큰'이라는 뜻으로도 사용한다고 풀었다. 좌보미의 '보'는 바로 이 '바리'와 같은 어원이다. 다시 찾아보는 번거로움을 덜어드리기 위해 다시 설명해 보자. 트랜스 유라시아어 공통 조상어는 '보레(p??re)로 추정되고 있다. 퉁구스어권에서는 '풀-'에서 기원한다. 그중 오로크어에서 '풀루'라하고, 여타의 언어에서는 다소 멀어진다. 몽골어권에서는 원시 몽골어 '불-'을 공통 어원으로 분화했다. 할하어에서 '불르', 부리야트어 '불라' 혹은 '불루', 칼미크어에서 '불러'에 대응한다. 우리말에서는 '불룩하게 부풀어 있다'의 뜻으로 쓰는 '부르다', '부른' 등이 대응할 것이다. 제주어로는 '불룩하다'가 가장 근사하다. 좌보미의 '보' 역시 이 말에서 기원했다. '바르(바리)', '볼(보-)', '불(부-)' 혹은 이와 비슷한 음상으로 쓰였을 것이다. 이것을 글자로 표기하자니 '보' 혹은 '부'를 동원하게 된다.
이 오름은 과연 불룩하거나 큰 오름일까? 주위에 여러 개의 알오름이 있다. 알오름은 알처럼 둥글다는 뜻으로 붙이거나 귀엽고 작다는 뜻으로 붙인다고 풀이한다. 그러나 실은 '알 모양'이라거나 '귀엽다'는 뜻과는 거리가 멀다. 이 말은 '작은'의 뜻이다. 아주머니, 아저씨, 아시(아우)와 기원이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