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107] 3부 오름-(66)물메오름은 물+물+오름, 물이 있는 오름
제주어에서 산은 오름, 올, 아리, 울. 물은 마, 미, 메, 매
작성 : 2024년 12월 10일(화) 03:30
중앙 관료들의 잘못된 표기를 따라 하는 현실

[한라일보]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산1-1번지, 표고 121.5m, 자체 높이 92m이다. 그저 평범해 보아는 오름이다. 이 오름에는 인접해서 큰 저수지가 있다. 이 저수지가 제주지역에서는 꽤 큰 편에 속하고, 일대의 경관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언 듯 생각해서는 수산마을이라거나 물메, 물미 혹은 수산봉이라는 지명은 이 저수지와 관계가 있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수산저수지는 1957년 쌀농사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건설하기로 계획됐다. 이에 따라 1959년 3월 건설을 시작하여 이듬해 12월 완공되었다. 이 저수지는 노꼬메에서 발원하여 이곳을 거쳐 삼밭알 내깍을 통해 바다로 흐르는 내를 막아 건설됐다. 이로 인해 72세대가 살던 오름가름이 수몰되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보면 이 저수지는 만들어진 지 오래되지 않았고, 더구나 수산봉이라는 이름이나 수산마을이라는 이름보다 훨씬 늦게 지어진 이름이라는 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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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수산악(水山岳)으로 표기한 이래 여러 고전과 오늘날의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에 물메, 물메오름, 물미, 물미오름, 수산, 수산악, 수산봉 등으로 부르거나 표기해 왔다. 지명의 '물'은 수(水)로 한자 차용했다. 물미, 물메의 미와 '메'는 뫼의 변음으로 보고 산(山)으로 차용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북제주군의 지명총람이라는 책에는 메와 미는 뫼의 제주어라 설명했다. 그러나 이건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말이다. 제주어에서 메나 미가 산을 지시한다는 어떠한 용례도 없을 뿐만 아니라 현실 언어생활에서도 그렇게 사용하지 않는다. 제주어에서 산을 지시하는 말은 오름, 올, 아리, 울 등이다. 이처럼 막연한 추측으로 논리를 편다면 일반에서 혼란을 일으킬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이런 추측의 밑바탕에는 과거 육지에서 내려온 관료들이 이같이 추측하여 적었던 것에 기인하는 바 크다.

'메'와 '매'는 고구려어 우물 혹은 샘

이 제주어 '미'나 '메'는 제주어에서는 물을 지시한다. 고구려어 기원이다. '마', '미', '메', '매', '뫼' 등이 '물'을 지시한다는 내용은 본 기획 98회 이래 몇 회를 참고하실 수 있다. 이미 했던 이야기를 또 꺼내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긴 해도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연 설명한다.

제주 지명에 쓰인 '미'라는 말은 중요한 지명어다. 이미 고구려 지명에서도 사용했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표기된 것만 16개에 달한다. 한자 '매(買)'를 차용했다. 내(川)와 우물(井) 혹은 샘(泉)을 뜻했다. 그런데 이 買(매)라는 한자는 지금은 '매'라고 읽지만 고대음은 '매'를 포함해, '마이', '메그', '므레그', '메이'로도 발음했다. 국어에서는 1527년 훈몽자회, 1576년 신증유합에 '살 매'로 나온다. 그러므로 서울에서 산을 지시하는 '뫼'와 발음이 매우 유사하게 된다. 따라서 서울 사람이 제주에 와서 이런 발음 접한다면 산을 지시하는 말로 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오늘날의 학자들은 이게 맞는 해석인 줄 알고 따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고대어로는 물을 매라고도 했고,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