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백록담] 제주도도 특별점검 받아라
작성 : 2024년 12월 02일(월) 01:00
[한라일보] 제주도가 지난 10월 10일 발표한 한림해상풍력발전사업 특별점검 결과를 보면 공기업이 시행하는 사업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불법 투성이었다. 법령 위반만 7건에 달했고, 이중 3건은 형사 처벌 대상으로 판단돼 경찰 고발로까지 이어졌다.

한림해상풍력이 제주도 에너지 자립을 위한 공공 목적을 지니고 있다 해도 제주 천혜 자연환경을 개발의 밑천으로 삼고 있는 만큼, 보다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사업자는 행정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 아래 제주에서 가장 보전 가치가 높은 절대보전지역(이하 보전지역)과 공유수면 등을 보란 듯이 무단 개발·이용했다.

사업자는 한림읍 일대 보전지역 중 985.1㎡만 개발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710.77㎡ 넓은 1695.8㎡에서 공사를 했다. 제주시는 당초 사업자의 보전지역 무단 개발 면적을 375.7㎡로 판단했지만, 이후 측량 결과 이보다 335㎡ 넓은 710.77㎡에서 무허가 공사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유수면 점·사용 면적도 허가 범위를 무려 4740㎡나 초과했다.

온갖 불법이 자행되는데도 행정은 '까막눈'이었다. 사업자가 만약 이른바 '사후 허가'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이번 일은 유야무야 넘어갔을 것이다. 행정은 지난해 11월 이미 보전지역에서 무허가 공사를 마친 사업자가 해당 구역도 합법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뒤늦게 허가권을 달라고 신청하자 그제야 불법을 알아챘다.

그 이후 벌어진 일은 또 어떤가. 행정은 불법을 인지한 지 7개월이 지나서야 수사를 의뢰했다. 또 이튿날에는 사후 허가 신청도 수용했다. 행정 스스로 불법이라고 규정한 무허가 공사 시설을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합법으로 탈바꿈해줬다. 공유수면 무단 점사용 행위에 대해서도 허가를 취소할 수 있지만 행정은 '실익이 없다'며 허가를 유지했다.

해명도 뒤죽박죽이다. 풍력발전사업을 위해선 인근 하천도 점용해야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고시도 이뤄지지 않은 채 공사가 진행됐다. 언론의 지적에 행정은 사업자 측이 이후 신청한 '변경 허가'로 하천 점용을 고시했고, 또 이는 법률 자문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논란의 보전지역 사후 허가의 경우 법률 자문 결과 위법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는데도 허가를 내줬다. 왜 이건 법률 자문을 따르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오자 행정은 이번엔 '정책적 판단'을 들먹였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해석이 아닌가. 이럴 거면 왜 혈세를 주며 법률 자문을 얻는단 말인가.

결국 종착역은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숱한 논란을 뛰어넘고서라도 이 사업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한들 사업자 입장에선 벌금 얼마 내면 그만이다.

결과적으로 6000억짜리 공공사업을 지켜내는 덴 성공한 것 같다. 하지만 그동안 지켜온 행정 원칙은 길을 잃고 말았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벌어질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한림해상풍력발전을 특별 점검한다며 부산을 떨었지만, 정작 점검 대상은 제주도인 것 같아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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