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3)남조로 사려니숲길∼잣성길∼삼나무숲길∼4·3주둔소∼숲길∼마흐니오름∼숲길∼수망리풍력단지∼마흐니오름 입구
하얀 눈 내린 푸른 천연림 숲길 즈려밟는 즐거움 누리다
작성 : 2023년 12월 15일(금) 00:00

지난달 18일 '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3차 행사는 영실 주차장에서 시작해 고지천 등을 거쳐 무오법정사로 나올 예정이었으나 간밤에 내린 눈으로 인해 긴급히 코스를 변경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눈 내린 숲길을 걸으며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색다른 풍경을 누렸다. 양영태 작가

단풍과 눈이 어우러진 숲길 진풍경겨울 문턱서 만난 갖가지 열매 즐비용암이 빚어낸 다양한 지형도 볼만

[한라일보] 전날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으로 한라산에 대설경보가 내렸다. 예전보다 빠른 눈은 제주도를 가을과 겨울의 중간쯤에 내려놓았다. 에코투어 13차는 영실 주차장에서 시작해서 도순천과 하원수로길을 거쳐 고지천과 궁산천을 지나 무오법정사까지 이어지는 길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1100도로에 눈이 쌓이며 대형버스 통행도 금지되어 영실까지 갈 수 없게 되고, 부득이 코스를 변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 11월 18일 진행된 올해 마지막 한라일보의 '2023년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3차 행사는 남조로에 있는 사려니숲길 입구에서 시작했다. 사려니숲길 입구를 조금 비껴내려 농장길 입구를 지나 아직 잘 보존된 잣성을 따라 걷는다. 천연림 숲과 삼나무 숲을 지나 한참을 가면 옛 4·3주둔소를 만난다. 주둔소를 지나 다시 숲길을 따라 걸으면 마흐니둘레길에 닿고 둘레길은 마흐니오름 정상까지 이어진다. 오름을 내려 다시 숲길을 벗어나면 수망리 풍력단지를 지나고 마로길과 임도를 거치면 마흐니오름 입구인 남조로에 닿는다.

코스를 변경하여 도착한 사려니숲길 입구에는 간밤에 내린 눈이 길가에 모여 있다. 하지만 날씨는 맑다. 농장길을 지나 공터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추운 날씨에 대비해 더욱 정성껏 몸을 푼다. 주의 사항을 듣고 길잡이를 따라 잣성길을 걷기 시작했다. 잣성길은 사려니숲길 남쪽을 따라 이어진다. 숲 위로는 화창한 하늘이 보이고 외롭게 누워있는 무덤 안에는 눈이 가득하다. 한겨울에도 푸르른 천연림 안에도 흰 눈이 내려앉아 사각거린다. 아직 마르지 않은 낙엽과 떨어진 가지를 덮은 눈은 밟으면 뽀드득거리지 않고 사각댄다. 맑은 물이 고여 있는 하천 웅덩이에는 작은 하늘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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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받아들이지 못한 삼나무 숲길을 벗어나면 잎을 떨군 천연 숲속은 하얀 눈을 보듬고 있다. 푸른 잎을 가진 상록수와 잎을 모두 떨군 낙엽수 사이에 노랗고 붉은 잎을 아직 달고 있는 나무들이 있다. 가을을 미처 보내지 못한 숲은 조급히 달려온 겨울과 마주하고 있다. 그 안을 한참 걷다 보면 비교적 보존이 잘 되어 있는 4·3주둔소 터를 만난다.

돌을 쌓아 만든 4·3주둔소를 잠시 둘러보고 다시 숲길로 접어든다. 단풍과 눈이 어우러진 숲길은 작은 하천을 지나고 조릿대밭을 지나 이어진다. 예전에 화전민이 살았다는 세거리 내창을 지나면 마흐니둘레길 안내판을 만나고, 둘레길을 따라 가면 마흐니오름 정상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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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흐니오름은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있는 높이 47m의 오름이다. 북쪽으로 얇게 벌어진 말굽형 굼부리를 가지고 있지만 깊지 않고 숲이 우거져 느낄 수는 없다. 이 오름은 예전부터 '말하니오름' 또는 '마흔이오름', '마한이오름'으로 불렀다. '말하니, 마하니, 마으니'의 뜻은 확실하지 않다. 세거리 내창 안내판에는 '마흐니의 원말은 머흐니이며 '험하고 사납다', 혹은 '험하고 거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쓰여 있다. 예전에는 오름 굼부리에서 밭농사를 했고, 1960년대 후반까지 노루사냥을 했었다고 한다. 고지도에 표기하고 있던 오름이 예전의 지형도나 각종 자료에 확인할 수 없다가 근래의 지도에는 '마흐니'로 표기되어 있다.

마흐니둘레길에는 마흐니궤, 정부인묘, 수직동굴, 용암대지, 쇠물통, 장구못, 조금끈경계, 올리튼물 등 독특한 이름을 가진 지경들을 만날 수 있다. 마흐니오름 아래, 의귀천 상류에 있는 마흐니궤 입구에서 잠시 휴식을 마친 참가자들은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길옆 깊이를 알 수 없는 수직 용암동굴을 지나면 용암대지를 만나고, 다시 이어지는 삼나무 숲길을 지나면 수망리 풍력단지에 닿는다. 풍력단지를 비껴서 들어선 숲 안 눈 덮인 길에는 분홍색 꽃을 무겁게 달고 있는 한라꽃향유가 반긴다. 숲을 나서면 목장길을 지나 의귀마로길로 접어든다. 마로길과 임도를 지나면 길은 마흐니오름 입구인 남조로까지 이어진다.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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