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친오름, 10여 개에 달하는 이름들이 품은 뜻
[한라일보] 돋오름에서 서남 방향 송당마을 사이에 안친오름이 있다. 아진오름이라고도 한다. 행정구역 상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지경이다. 오름의 둘레는 924m, 저경 319m, 면적은 46,443㎡, 높이는 192m이다. 이 정도 설명만으론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되지 않을 것이다. 보통의 오름이 아닐까? 하지만 오름 자체의 높이가 22m에 불과하다. 규모도 작고 높이도 낮다. 산의 높이가 아파트 3층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거기 오름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지경이다.
전체적으로 나지막하며 북쪽 비탈면에 북쪽으로 입구가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가 있고, 분화구 안쪽의 넓은 풀밭 한가운데에는 여러 기의 묘가 자리 잡고 있다. 남쪽 비탈면은 풀밭으로 덮여 있다. 오름 기슭 일대에 인공적으로 심은 삼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일대는 대부분 농경지로 조성되어 있다. 최근에는 당근을 주로 심는다.
오름의 이름은 1899년 '제주군읍지'에 좌악(坐岳)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 지도에는 좌치악(坐置岳), 1954년 '증보탐라지'에는 좌치악(坐雉岳)으로 나타난다. 그 외로도 인근 비문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좌치악(座置岳), 안치악(安置岳), 아치악(我置岳), 아친악(雅親岳), 아천악(阿穿岳), 아시악(峨?岳) 등도 나타난다.
이와 같은 기록을 정리해 보면 아시악(峨?岳), 아진오름, 아천악(阿穿岳), 아치악(我置岳), 아친악(雅親岳), 안치악(安置岳), 좌악(座岳), 좌치악(坐置岳), 좌치악(坐雉岳), 좌치악(座置岳) 등이다. 이렇게 파악 가능한 이름만 해도 10개에 이른다. 오름의 규모가 작아서 그 존재감이 흐릿하지만 이렇게 많은 이름을 가진 것만으로 그 존재는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오름 이름을 해독한다면서 제시한 내용을 보면, 오름의 형상이 두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사람의 모양과 닮은 데서 유래했다거나, 안친오름의 '안친'은 '앉히다'에 대응하는 제주어 '안치다'의 관형사형으로, 오름의 형세가 '나지막하게 앉힌 솥과 같다'는 데서 유래하였다고들 한다.
글자 뜻 그대로는 안 풀려,'안친'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