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13] 2부 한라산-(9)두무악은 무슨 뜻인가?
'두무악' 둘러싼 새로운 해석 시도에도 의문 풀리지 않아
작성 : 2022년 09월 27일(화) 00:00
두무는 '둥글다'라는 뜻일까?

여기서 또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한라산과 두무악이라는 이 두 이름을 별개로 썼다고도 할 수 있지만, 조합으로 썼다고도 추정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왜 이렇게 16세기 초부터 19세기에 걸쳐 장기간 '한라산을 두무악이라고도 한다'고 기록했을까 하는 것이다. 원래 사물의 명칭이 여러 가지일 경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다 떨어져 나가고 그중 하나만 남게 마련이다. 그게 언어 진화의 원리다. 예컨대 '제줏말'이라는 단어와 '제주어'라는 단어를 일정 기간 같이 쓰다가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그중 하나는 퇴출해버린다. 기억하기 어렵거나 효과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우연히 어느 하나를 더 자주 사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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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그중 하나는 표류의 과정을 거치다가 소멸한다고 표현한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부동' 상태인 것이다. 사실 지금은 '한라산'이라는 말이 완전히 고정되어 그 외의 명칭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여기에 도달할 때까지 수많은 명칭이 '부동'의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거의 400년간이나 같은 산의 이름으로 두무악과 한라산 두 가지를 같이 사용했다는 것은 그 '부동' 상태가 지나치게 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두무 한라산' 혹은 '한라 두무악'이라고 썼다면 장기간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이 경우 산 이름은 석 자로 쓴다는 관념에 익숙한 사람은 이 말이 두 개의 이름을 연이어 쓰는 것으로 들릴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상한 점은 봉우리마다 움푹 패거나 평평하다고 하면서 왜 두무악이라고 하는 이상한 지명을 한라산에만 적용했을까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도 이런 의미로 두무악이라고 하는 지명은 한라산을 제외하면 없다. 이건 미스터리라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왜 그간 관찬이건 개인 문집이건 우리의 언어습관과 동떨어진 두무악이라는 말을 아무 의심 없이 그대로 따라 쓰면서 그게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표현하지 않았을까.



한자식 아닌 음을 그대로 적은 것

금세기 중반에 들면서 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양주동은 ‘고가연구’에서 '제주도’의 원칭 ‘탐라’는 ‘둠나+ㅣ’, 한라산의 원명 ‘두무악’(원산)에 의한 명칭'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내용을 인용하여 두무는 원의 뜻을 가진 말로 '둠'으로 읽었으며, 악은 산의 뜻을 가진 말로, '뫼'로 읽었다고 설명한 논문이 있다.

이런 내용은 북한의 국어학자 류렬도 두무를 '두무/두모(tumo/tomo)'의 음차표기로 보고, '둥글다'는 뜻이라고 하는 등 여러 학자가 그대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학자는 원산이란 둥근 산의 한자 표기이고, 두무악은 둠뫼를 이두식으로 표기한 것이며, 두미의 한자표기인 두모(頭毛)도 두무와 같은 표기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결론적으로 두무악을 일부에서 한자식으로 해석하여 머리가 없는 산'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억지 해석이라는 것이다. 여러 고전의 기록에는 대체로 '두무악 즉, 원산'으로서 '둠뫼' 정도로 읽고, '둥근 산'의 뜻이라고 했다. 그러나 위의 인용 논문은 이에 유사하지만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두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