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경찰청 역사상 처음으로 제주 출신 청장으로 부임했던 고기철(59·간부후보 38기) 청장이 32년 간의 경찰 임무를 마치고 22일 공로연수에 들어갔다. 지난 21일 고기철 청장을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들어봤다.
고 전 청장은 32년의 경찰 생활 중 제주경찰청장으로 부임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고 전 청장은 "경찰로 근무하며 다양한 성과와 아쉬움도 있었지만 가장 큰 소회는 제주청장으로 오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제주 출신 치안 책임자로 제주에 오게 돼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었고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도 있었다"며 "도민들께서도 제주 출신 청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고, 지난 6개월은 그 기대감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고민했던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고 전 청장은 취임과 함께 1호 정책으로 '여성 폭력 및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한 현장 대응력 강화'를 추진하며 '민감대응 시스템'을 도입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올해 5월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가정 폭력 52.8%, 성폭력 23.5%, 데이트 폭력 89.8% 등 여성 폭력사범 검거 실적이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
고 전 청장은 "제주 경찰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치안 격차 해소였다"며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산간 안심경찰을 도입해 현장 도착 시간을 단축하고 밀접하고 세심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의 업무 중복 등 갈등 양상에 대해서는 '이원화'와 '점진적 추진'을 강조했다.
고 전 청장은 "방향성에 대해서는 이원화 모델이 옳다고 본다. 기존 조직에서 자치경찰 사무를 분리해 별도의 기구를 만드는 것이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고, 현장 경찰의 의견 반영 여부에 성패가 달렸다"며 "입법화를 통해 토대를 만들고 특정 지역의 시범 실시를 거쳐 전국 확대나 지자체 선택 등 점진적 추진으로 치안의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 전 청장은 또 "자치경찰위원회가 정치적 중립이나 독립적 역할이 가능하도록 재정립할 필요도 있다"며 "자치경찰제와 관련해 제주도지사와 제주경찰청장의 협약을 통해 업무를 잘 분담한다면 제주의 치안 시스템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며, 현재도 실무 협의가 진행 중이고 새로운 도지사와 청장이 취임하면 더 협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고 전 청장은 끝으로 경찰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제주는 굉장히 다양한 치안 요소가 있고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지역"이라며 "사건·사고에 대한 정확한 조치와 능동적인 대응을 위해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제주다움을 만드는 제주경찰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