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재일 김석범 한글소설집 '혼백'
제주사람들의 항쟁 전통 속 4·3 그려
작성 : 2021년 10월 08일(금) 00:00
1960년대 초·중반에 발표미완의 '화산도' 등 장·단편"제주문학의 소중한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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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작가 김석범 문학에 대한 국내에서의 논의는 주로 한국어로 번역된 일본어소설이 중심이었다. 소설집 '까마귀의 죽음', 대하소설 '화산도'가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한글소설들은 간단한 언급 정도에 그쳤다. 이 같은 현실 속에 4·3문학연구자인 김동윤 제주대 교수는 김석범 문학에서 1960년대 초·중반에 발표된 한글소설의 위상에 주목했다. 김석범의 문학세계를 더욱 폭넓게 조명하는 계기이자 우리문학 역시 더 풍성해하게 만든다고 봤다. 그가 김석범 한글소설집 '혼백'을 엮은 배경이다.

소설집에 실린 작품은 '꿩 사냥'(1961), '혼백'(1962), '어느 한 부두에서'(1964) 등 세 편의 단편소설과 미완의 장편 연재소설 '화산도'(1965~67)다. 소설 뒤에는 연구 논문 '김석범 한글소설의 양상과 의의'를 실었다.

'꿩 사냥'은 엄격히 말하면 200자 원고지 약 31장 분량의 콩트다. 1950년대 제주의 봄을 배경으로 통역관 양, 미군 장교를 등장시켜 인간 사냥의 만행을 드러낸다. "무리 죽음을 당한 고향 섬 사람들"이 일본으로 밀항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그려지는 '혼백'은 어머니의 죽음과 귀국(북송) 사업을 접목한 소설로 4·3항쟁에서 추구했던 완전한 통일독립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는 남도 북도 선택할 수 없다는 작가의 의지가 담겼다. '어느 한 부두에서'는 재일조선인들이 일본에 드나드는 한국 배를 맞이하게 되면서 겪는 사건을 다루며 잠정적인 평화세상을 구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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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소설 '화산도'는 '까마귀의 죽음'에서 대하 '화산도'로 가는 중간단계의 작업이다. 역사 속에서 전개된 제주사람들의 항쟁 전통을 강조했고 제주의 민요와 언어, 풍속 등을 통해 제주 공동체가 외세에 의해 무참하게 파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1960년대 제주 소설의 희소성"을 들며 "이 소설들이 한글로 된 작품이라는 점은 제주문학으로서는 매우 소중한 텍스트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그는 "비록 일본에서 발표되긴 했지만 주된 독자가 재일조선인이었음을 감안하면 제주문학의 범주에서 논의될 수 있고 그 가치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사. 2만1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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