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제주 그린 시와 산문 먹글씨로 쓰다
서예가 부윤자 개인전 '고전 속에 노닐다 Ⅱ' 문예회관 전시실
이건·신광수·임제·광해군 등 유배인과 관리가 남긴 글귀 나눠
작성 : 2021년 09월 26일(일) 16:22

부윤자 서예가가 쓴 신광수의 '탐라록'.

이방인의 시선으로 제주 섬의 풍토를 읊은 옛 시와 산문이 먹글씨로 살아났다. 지난 25일 시작된 제주 중견 부윤자 서예가의 개인전에서 그 구절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개인전의 흐름을 이어 '고전 속에 노닐다 Ⅱ'란 이름을 단 이번 전시에서 부 작가는 '절해고도' 제주에 다다랐던 조선시대의 관리들과 유배인들이 이 땅에 머물며 느낀 감흥을 적은 글귀들을 뽑아 붓으로 써 내려갔다. 그들의 발자취, 식견과 문화 등을 통해 고전의 가치를 새기고 다시금 제주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부 작가가 택한 글은 유배생활을 했던 규창 이건이 17세기 초 제주를 기록한 '제주풍토기', 의금부도사로 죄인을 압송해 제주에 왔다가 풍랑으로 40여 일을 체류하며 당시 사회상과 잠녀 등 백성들의 괴로운 일상을 그렸던 조선 영조 때 시인 석북 신광수의 '탐라록', 조선 중기 시인 임제의 제주도 기행문인 '남명소승', 유배인이었던 광해군의 칠언율시 '제주적중(濟州謫中)' 등이다. 부 작가는 "조선시대 제주 유배인과 목민관이 남긴 글을 통해 제주도민의 생활상은 물론 시대성과 역사성이 고이 간직된 제주 유배문화 등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찬호 미술평론가는 "소암 현중화, 여초 김응현의 영향을 받았고 전·예·초·해·행의 오체를 두루 섭렵"한 부윤자 서예가를 "서법에 충실한 작가"로 평했다. 김 평론가는 "그래서 그의 글씨는 전통의 서법이 드러나 고졸하면서도 질박한 서풍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달 30일까지 문예회관 2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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