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는 삶의 다른 말이다. 집이나 건물을 지을 자리, 비어 있는 땅, 밑바탕 그것이 모두 터다. 제주 양동규 작가가 그 터를 붙잡고 이 섬의 서사를 풀어낸다. 이달 16일부터 8월 5일까지 제주시 원도심 삼도2동주민센터 옆 '포지션 민 제주' 초대로 열리는 '터' 주제전을 통해서다.
양동규 작가의 작업은 '태 손(아래아) 땅', '고립된 평안', '동시대 스냅, 2019'로 구성됐다. 그가 사진으로 기록하고 한지에 염료 프린트 등으로 표출한 시각적 이미지들은 제주4·3에서 한반도 분단의 현장까지 다다르며 그것들이 떨어져 있지 않고 오래전부터 연결되어 있었다는 걸 일깨운다.
'태 손 땅'은 제주에서 마당굿 운동을 펼친 극단 수눌음이 1983년 10월 공연한 작품 제목이었다. 당시 제주종합개발계획에 비판적 시선을 드러냈던 그 작품의 함의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양 작가는 '봄', '빈 땅', '시조새', '미여진뱅듸의 하늘', 'XX를 위해 세운 공로' 등으로 제주 땅의 시간과 기억을 보여준다.
'고립된 평안'은 재일 김시종 장편 시집 '니이가타'(1970)의 가운데쯤 놓인 시어에서 따왔다. 분단선인 38도선을 동쪽으로 연장하면 닿게 되는 일본 니이가타항을 모티브로 쓴 장편시를 양 작가는 지금, 여기로 끌어와 4·3의 오늘을 응시했다. 4·3생존희생자의 방, 눈 내린 다랑쉬, 산전 등에 그날의 삶과 죽음이 던지는 질문이 놓인다.
'동시대 스냅, 2019'에선 2년 전에 만났던 제주 밖 풍경을 담았다. 남북이 갈린 현실을 증거하는 곳, 오사카의 조선학교, 새로운 미 공군기지가 건설 중인 오키나와의 헤노코, 대만과 중국의 접경 지역인 금문도 등이다.
전시장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전시 기간 중 이달 31일 오후 6시에는 양 작가의 작품집 '제주시점' 발간 기념 토크가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