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제주 출신 고명철 문학평론집
공존 깨진 현실 증언하는 문학과 그 너머
작성 : 2021년 04월 30일(금) 00:00

문학평론집 '문학의 중력'을 펴낸 고명철 평론가.

제주항에서 압록강까지4·3과 분단의 인식 바탕디아스포라문학 등 강조

그의 평문은 짠 내 밀려드는 제주항에서 중국 단동에 머물며 마주한 압록강까지 다다른다. 먼 거리이나 두 지점을 관통하는 것이 있다. 제주4·3과 분단이다. 북녘을 지척에 둔 요동대학에서 연구년을 보내며 동아시아 사람으로서 평화로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는 그가 그 역사와 현실을 문학에 새긴 작품을 읽고 쓴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제주 출신 문학평론가인 고명철 광운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문학의 중력'이다.

'역사와 현실과 마주하는 비평의 비천함'이란 부제를 단 이번 문학평론집에는 학술지, 문학지 등에 발표했던 39편이 담겼다. 공존과 상생이 깨진 현실을 증언하는 작품, 역사에서 나타나는 패배와 환멸의 서사를 매개로 이들의 구체성에 천착한 비평들로 이호철에서 신예 작가까지, 제주에서 베트남의 비극까지 살폈다.

그는 해방공간에서 분단된 근대 국민국가의 탄생을 온몸으로 막아내고자 했던 '4·3항쟁'을 언급하며 동아시아의 문학적 항쟁과 연대의 문제의식 아래 분단 극복과 통일 추구의 한국문학을 새로운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한국문학의 시계(視界)에서 진력해야 할 것으로 재외 디아스포라 문학의 창작과 비평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들었다. 재일조선인문학, 중국조선족문학, 재소고려인문학을 포함해 구미에 산재한 재외 디아스포라문학에서 분단을 넘을 문학적 진실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그 중요한 문학적 성취를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고 했다.

디아스포라문학의 출발점에 제주문학과 4·3문학이 있을 것이다. 그중 오경훈의 연작소설 '제주항', 한림화의 소설 '디 아일랜더(The Islander)' 등을 주목했다. 김석범의 '화산도'에서 드러나는 4·3에 대한 혁명적 인식과 실천은 '제주항'에서 서사화되고 있는 제주 민중의 봉기와 저항의 맥락에 서로 맞닿아 있다며 언젠가 제주의 항포구를 떠나 밀항할 수 밖에 없었던 제주의 또 다른 서사를 얘기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림화의 소설엔 참담한 역사의 현장에서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생의 위엄을 섬사람의 삶의 방식으로 지켜내는 모습이 그려졌다고 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에 직면한 팬데믹 시대에 '기억 투쟁'의 문학은 이 땅의 존재들과 더불어 사는 생명체로서 인간에 대한 인식을 깨우고 있었다. 도서출판 b. 2만2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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