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언어생활의 기초 체력 탄탄히 키우려면
국어 교과서 집필 이도영 교수의 '언어력'
작성 : 2021년 03월 12일(금) 00:00
차별어·프레임 씌우기 벗고언어에 알맹이 담는 법 제시
"신어의 목적이 사고의 폭을 줄이는 것이란 걸 알고 있나? 결국 우리는 사상죄도 문자 그대로 불가능하게 만들 거야. 왜냐하면 그걸 표현할 말이 없어질 테니까. 필요한 개념은 단 한 마디 말로 표현되며 그 말은 정확히 정의되어 다른 곁뜻은 없어져 버리고 말지." 1984년을 배경으로 빅 브라더를 등장시켜 전체주의 국가의 모습을 그려 낸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의 한 대목이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으로 소설처럼 특정 단어를 계속해서 사용하지 못하면 그 단어가 의미했던 개념도 사라져버린다. 언어는 사고를 갈고닦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도구다.
하지만 우리가 이 언어를 얼마나 잘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점이 든다. 국어 교과서 집필자인 이도영 춘천교대 교수의 '언어력'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길잡이다. 국어학 원칙에 충실하되 쉬운 문장으로 우리의 언어생활에 대한 비판적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쓰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언어력은 '언어의 힘을 알고 언어에 힘쓰는 언어의 일꾼'을 의미한다. 저자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헤아리고 생각하는 언어 사용의 '삼다'를 바탕으로 언어력의 기초인 듣기의 중요성, 문맥적 의미 파악, 모호한 말의 해악, 선택과 배제, 새로운 대상에 이름 붙이기 등을 다뤘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로 인해 한창 혼란스러운 시기에 방역 대응 계획을 발표하며 특정 지역을 '봉쇄'한다는 말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표준 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봉쇄'는 '굳게 막아 버리거나 잠금'이란 뜻이다. 봉쇄가 방역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라 하더라도 언중들의 언어 감각에서는 낙인을 찍는 부정적 영향을 먼저 떠올릴 수 있다. 그가 제시하는 언어력의 여러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프레임 씌우기'나 '차별어'와 같은 언어의 민낯을 만나게 된다. 통찰 없이 습관처럼 사용했던 자신의 언어에 알맹이를 채우는 법도 알 수 있다.
언어 사용은 타인을 지향한다. 또한 당대의 문화와 관련을 맺을 수 밖에 없다. 국어를 잘한다는 개념에는 사고력, 의사소통 능력, 문화에 대한 이해력과 문화 창출 능력이 포함된다. "해석의 다양성을 견디고 맥락과 상황, 타인을 고려하는 것은 언어력의 기본"이라는 저자는 인공 지능은 흉내낼 수 없는 언어력의 힘을 강조했다. 창비.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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