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숭고한 모성 신화 넘어선 새로운 어머니
재클린 로즈의 '숭배와 혐오'
작성 : 2020년 08월 21일(금) 00:00
왜 현대 사회에서 어머니는 정치적·공적 삶에 참여하는 일이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질까. 되레 어머니는 본성에 맞게 집이나 지키라는 훈계를 듣는다.

런던대 버벡 칼리지 인문학 교수인 재클린 로즈의 '숭배와 혐오'는 어머니들은 완벽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책임을 요구받는 모성 신화를 비판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21세기까지, 공간적으로는 유럽과 미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시리아까지, 장르적으로는 그리스비극과 셰익스피어의 극, 현대소설, 에세이, 영화까지 아우르며 어머니 연구에 나섰다.

그는 신자유주의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돌봄 제공자로 국한될 경우에만, 그것도 체제를 유지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 매년 5만4000명 이상이 임신을 이유로 일자리를 잃고 있고 새로 어머니가 된 여성 중 77%가 일터에서 차별과 모욕 등 부정적 대우를 경험했다는 2015년 보고서를 그 증거로 덧붙였다.

이것은 무자비한 이윤 추구의 경향과 긴밀한 관련이 있지만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이 개입되어 있다고 본다. 어머니는 한때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고 언젠가 사라지리라는 점을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의 모성에 대한 가학증과 혐오의 바탕에는 무력했던 자신의 의존적 시기에 대한 기억을 부정하고 지우려는 무의식적인 두려움과 공포가 자리한다고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 행정부의 잔혹한 이민정책에 항의했던 '맘스라이징'을 들며 새로운 차원의 어머니 되기를 제안한다. 숭고한 모성의 신화를 넘어서 모성을 '자기 아이'가 아닌 '타인'의 행복을 바라는 일로 생각함으로써 확장된 차원에서 어머니 되기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럴 수 있다면 '우리 가족'은 더 이상 이 세상에서 필사적으로 사수해야 하는 유일하게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된다. 김영아 옮김. 창비. 1만8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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