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수명을 위협하는 건 ‘만병의 어머니’ 노화
싱클레어 박사의 ‘노화의 종말’
작성 : 2020년 08월 07일(금) 00:00
진화 과정 ‘생존 회로’ 원인식습관·약물 등 노화 막아

의료 기술이 발전하고 생활 수준이 높아졌지만 75세까지 건강하게 산다면 딱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생의 마지막이 대체로 아름답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산소 호흡기, 화학 요법, 수술 등이 따르는 이런저런 질병에 시달리다 삶을 마감하는 게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노화와 유전학 분야의 권위자로 통하는 하버드 의대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는 이런 현실에서 더 젊게 오래 살 수 있는 비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노화의 종말'에 지난 25년 동안 이어온 장수 연구 결과를 담아놓았다.

싱클레어 박사는 서양 의학계가 지난 세기에 노화보다 더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있다고 믿은 건 잘못이라고 짚는다. 현재 국제질병분류 목록은 1만4000가지가 넘는데, 우리가 진정으로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누리려면 노화와 질병을 보는 관점을 뒤집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심장병, 치매, 암 등은 질병 자체가 아니라 더 큰 무엇의 증상일 뿐이라며 노화 자체가 질병이고, 만병의 어머니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늙는 원인을 진화 과정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에게 발전된 판본으로 유전되어 온 '생존 회로'에 찾았다. 그러면서 DNA 손상을 막고 노화라는 질병을 끝내는 방법으로 적게 먹는 습관, 건강한 약물의 복용, 첨단 의료 기술의 작동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수명 혁명이 과연 옳은지 묻는다. 현재 추세로 치명적인 팬데믹이나 핵 재앙이 없다면 지구 인구는 80억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증가와 그에 따른 소비, 폐기물 등으로 향후 100년 이내 종말이 닥칠 거라는 예견도 있다.

이에 저자는 지구의 수용력이 몇 명을 지탱할 수 있는지 여부는 무의미하다며 앞날을 낙관한다. 인류가 인구 증가보다 늘 앞서 있게 해 줄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지, 지구를 모든 생물에게 더 나은 곳이 되도록 만들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예전 사람들에게 비행이 마법이나 다름없는 기발한 상상이었지만 인간은 결국 날아올랐다며 여태껏 필연이라고 믿었던 노화 역시 끝장낼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이한음 옮김. 부키. 2만2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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