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유미 시집 ‘우리 어멍은 해녀’, 창비 청소년시선으로 출간
제주 청소년들의 웃음과 눈물, 제주 4·3, 개발로 훼손되는 제주의 현실 등 60여 편 담아
작성 : 2020년 04월 06일(월) 18:39

시집 우리 어멍은 해녀에 첨부된 시 지도 사진

오는 13일 창비교육에서 발간되는 청소년시집 한 권이 지역 문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읽기만 해도 제주의 푸른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청소년시집 ‘우리 어멍은 해녀’가 주인공이다.

‘우리 어멍은 해녀’를 통해 독자들은 화산섬 제주를 휴식과 낭만의 공간을 넘어 삶과 역사의 공간으로 혹은 제주를 더 넓게 이해하는 경험을 선물 받을 것 같다.

제주 모슬포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해녀의 딸로 살아온 허유미 시인은 60여 편의 시에 자신의 체험은 물론 제주에 사는 청소년들의 웃음과 눈물 나아가 제주 4·3의 기억, 난개발로 아파하는 제주의 현실 등을 오롯이 담아냈다.

수평선, 물너울, 등대, 섬은 말문이 트였을 때 엄마라는 말보다 바다라는 말을 먼저 하게 만들었고 그 바다는 파란 요람, 파란 집, 파란 놀이터가 되어 물질하는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 시인에게 더없는 친구가 되었다.

시집 속 90쪽 ‘아직도 철없다’, 94쪽 ‘갈점뱅이’ 두 편의 시는 표준어로 쓰인 시와 제주 방언을 살린 시가 나란히 실려 있어 ‘제주어’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

시 지도까지 첨부된 시집을 보면 2015년 제주작가 신인상과 2019년 서정시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그녀의 저력을 엿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물론 시인의 첫 시집에는 감수성이 돋보이는 섬세한 언어뿐 아니라 제주 출신인 현기영 소설가, 이종형 시인, 김성라 작가가 각각 추천사, 발문, 일러스트가 담겨져 제주의 푸른빛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섬이 사람을 안고 저물어 가면 불경처럼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시 ‘절울’ 중) 그리고 “포구의 배들은 파도가 내지르는 욕지거리처럼 펄떡이고 고래 배 속 같은 골목길을 밤새 걸어 다닐 때 언니 손은 내가 바라보아야 할 작은 등대...”(시 ‘자매’ 중)는 시인의 감수성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교분의 오작교가 되어준다.

특히 그녀의 시 “발아래 밟고 있는 까만 자갈들이 폭포처럼 추락했지만 바다가 되지 못한 수백 개의 눈동자로 보인 건 나뿐일까 폭포 소리와 파도 소리 사이를 메우는 바람에 할아버지 비명이 서렸을까 칠십 년이 지나도 스물다섯 살”이라는 시 ‘정방폭포’는 4.3을 엊그제 지난 시점에 쨍하니 우리의 감정은 명료해진다.

이 시집은 ‘창비청소년시선’ 스물여덟 번째 권으로 제주문화예술재단의 2020년도 문화예술지원사업 선정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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