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가막작지와 엉덕 사연 품고 골목을 걷다
한기옥 첫 시집 ‘검은 모래 해변’
작성 : 2020년 02월 07일(금) 00:00
열 살 무렵의 기억은 그에게 잊히지 않는다. 국민학교 3학년 때였다. 삼양 바닷가 큰 바위를 일컫는 '그날의 엉덕'에 사연이 있다. '한밤중 총소리에 놀라/ 온 가족이 바닷가로 뛰어 들어가/ 불어난 밀물/ 바닷가 한가운데/ 짧은 목만 내놓고/ 밝아올 새벽을 기다리던/ 지독한 어둠 속에서/ 눈물 반 한숨 반 하염없이 쏟아내다'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 바위는 수십 년 동안/ 아무 말이 없었지'만 그는 뒤늦게 그날을 털어놓는다.

40여 년 몸담은 교직에서 퇴임한 뒤 2013년 문단에 나온 제주 한기옥 시인의 첫 시집 '검은 모래 해변'이다. 팔순을 넘긴 시인은 고향인 제주시 삼양동과 20대부터 줄곧 살아온 일도2동 두맹이골목을 큰 줄기로 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