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3·1운동 현장 지켰던 열다섯 해녀가 있다
신여랑 등 공저 소설집 '대한 독립 만세'
작성 : 2019년 02월 15일(금) 00:00
1919년 3월 21일 조천 등전국 5곳의 만세운동 현장청소년들 시작부터 끝까지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조선(我朝鮮)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宣言)하노라." 이 구절을 읽기 위해 피를 흘려야 했다. 내 나라를 내 나라라고 부르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죽을 각오를 하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100년전, 제주 조천에서도 만세의 함성이 퍼졌다. 항일운동가 김시학의 아들인 김장환은 당시 경성에서 만세운동에 참여한 뒤 휴교령이 내리자 독립선언서를 몸에 지닌 채 목포를 거쳐 고향인 조천으로 향했다. 숙부 김시범의 주도로 14명이 뜻을 모았고 1919년 3월 21일 미밋동산에서 만세시위를 벌인다. 나흘 동안 조천 일대에서 만세시위가 이어졌고 마지막 오일장 장터에서 열린 4차 시위에는 15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했다.

5명의 청소년소설 작가가 1919년 3월 1일부터 5월까지 전국 방방곡곡 3·1운동 현장을 소설로 담아낸 '대한 독립 만세'에는 조천 만세운동 이야기가 담겼다. 제주에 살고 있는 신여랑 작가가 쓴 단편 '열다섯, 홍련'이다.

소설집에는 '열다섯, 홍련'과 더불어 '피로 새겨진 이름, 윤혈녀'(광주), '봄바람 스치는 남바위를 쓰고'(용인), '통영의 꽃, 국희'(통영), '끝나지 않는 아침'(홍천)이 실려있다. 이들 3·1운동의 시작에서 끝까지 학생, 기생, 농부, 노동자였던 청소년들이 있었다.

'열다섯, 홍련'은 만세운동을 이끈 실존 인물에 더해 토지를 수탈당한 집안의 홍련이 조선의 현실에 눈을 뜨며 '대한 독립 만세'를 목놓아 부르기까지 과정이 그려졌다. 역사에 그 이름이 남지 않은 해녀 홍련 같은 이들이 들불처럼 일어선 사연을 빚어내며 인간의 자존을 지키는 게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일깨운다.

제주섬에서 일어난 3·1운동은 제주4·3의 도화선으로 일컬어지는 1947년 3·1절 기념식 발포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이 땅의 사람들이 살아있음을 증거하는 현장이었다. 홍련 역시 가슴뜨겁게 만세를 부르며 물질하는 바다가 '황국의 바다'가 아니라 '내 것'이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물속으로 숨지 않을 거라. 어머니처럼 되지 않을 거라. 안 뺏길 거라. 지킬 거라. 잘살 거라." 서해문집. 1만19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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