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진짜' 어린 왕자의 언어와 목소리 생생
이정서의 ''어린 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작성 : 2019년 02월 08일(금) 00:00
불어·영어·한글로 내용 비교“원작 문장 정확한 직역 고수”의역·직역 차이 느낄 수 있어

"번역은 원래 작가 문장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감동을 준다."

2014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번역 논쟁의 중심에 섰던 역자 이정서의 말이다. 역자는 이번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통해 의역의 오류를 주장한다.

실제 번역계는 직역과 의역 사이에서의 갈등, 즉 역자의 권한에 대한 범위를 두고 끊임없이 논쟁한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의 차이 속에 역자 개인 감정이 첨가되기 때문이다. 단어나 문맥마다 역자가 전하는 뉘앙스는 다르다. 이런 이유로 역자 이정서는 원문과 그에 따른 정확한 직역을 고수한다.

이번에 출간한 ''어린 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는 원문과 번역문을 1대 1로 대응시켜 원작 불어와 영어, 한글로 내용을 비교했다. 기존 한글판으로 출간된 '어린 왕자'를 읽고 독자가 놓친 점이 있다면, 이 책은 그 궁금증을 정확한 직역으로 풀어낸다. 역자는 기존에 알았던 어린 왕자가 아닌 '진짜' 어린 왕자의 언어와 목소리를 들려준다. 본연의 텍스트가 얼만큼 독자에게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가에 따라 감동은 달라진다. 역자 이정서는 이 점을 중시해 원문의 문법적 가치를 최대한 존중했다.

"이제 이 책 어느 장을 펼쳐봐도 작가가 원래 쓴 주어, 서술어, 대명사, 쉼표, 마침표, 접속사 등등 작가의 서술구조와 다르게 역자 임의로 더하거나 뺀다거나 의역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렇게 직역된 문장들이 얼마나 감동적인가도…."라고 역자는 자신있게 말한다.

역자의 주장에 대한 동의는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의역과 직역이 주는 느낌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역자는 번역의 중요성을 어린 왕자를 통해 비교하고 독자에게 보여주고 번역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독자에게 밝히고 있다. 번역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에게 올바른 번역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하게 만든다. 그만큼 볼거리도 많고 생각할 내용도 많은 특별한 색을 가진 책이다.

역자는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쓴 서술구조 그대로를 옮기는 직역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는 불어 소설 '이방인'에 이어 영어 소설 '위대한 개츠비'와 '노인과 바다'의 번역 과정에서 이를 확신한다.

우리는 지난 100년간 영어 번역에서 이뤄지는 일부 역자의 의역의 오류 속에서 원작 고유의 뜻을 담은 텍스트에 대한 고민은 다소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이유로 어린 왕자의 진짜 목소리는 원문에 가까운 번역본을 통해 읽어내는 독자의 새로운 즐거움이다. 새움. 1만4000원.

백금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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