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11) 비자림로 절물 입구 삼거리~사려니숲길~임도~천미천~양하밭~표고밭길~삼다수숲길~말찻오름~삼다수숲길~천미천~비자림로
양하와 함께 맞이하는 향긋한 가을
작성 : 2017년 09월 21일(목) 00:00

빽빽한 삼나무로 가득찬 사려니숲길. 강희만기자

허리 굽혀야 볼 수 있는 겸손한 양하 한가득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으름난초도 발견돼

9월 가을의 초입에서 열린 에코투어는 숲길과 하천을 오가는 비교적 평탄한 일정이었다. 수줍은 듯 고개를 내민 향긋한 양하와 빨갛게 익은 으름난초 등이 초가을의 정취를 더했다.

1

지난 9일 열린 한라일보 열한번째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시원한 가을 향기와 시작했다. 이날 일정은 비자림로 절물 입구 삼거리에서 사려니숲길~임도~천미천~양하밭~표고밭길~삼다수숲길~말찻오름~삼다수숲길~천미천~비자림로로 나오며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은 사려니숲길 방면으로 가는 샛길에서 가슴팍까지 길게 자란 조릿대 숲을 헤쳐나가니 사려니숲길의 쭉쭉 뻗은 삼나무들이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숲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여느때처럼 길이 아닌 곳을 길로 만들며 걸어간 곳에서는 벌초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한 이름 모를 가족묘지 하나가 나타났다. 제주에서는 무덤 양 옆에는 배롱나무를 심고 말에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현무암으로 산담을 쌓는다.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배롱나무는 껍질이 없어 불교에서는 무소유를 상징하고 겉과 속이 같은 모습으로 선비들을 상징하기도 해 정자 주변에도 심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롱나무 꽃의 향기는 멀리 간다고 해서 오리향으로 불리기도 한다"며 "다정큼나무는 칠리향, 난초는 십리향, 백서향은 천리향, 금목서는 만리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1

다시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니 한가운데 숲의 기운을 가득 먹고 자란 듯한 양하밭이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너도나도 곳곳에 숨어있는 양하를 채취하는 이색체험도 했다.

양하는 아시아 열대 지방을 원산지로 둔 생강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제주에서는 '양애', '양애끈'이라고 부르며 즐겨먹는 칼칼하고 향이 독특한 채소이다. 처마 밑에 심어 빗물이 잎으로 떨어지도록 함으로써 토양 유실을 막기도 하는 고마운 채소이기도 하다.

1

제주 사람들은 살짝 데친 양하를 쌈장에 찍어먹기도 한다. 양하는 8~9월에 꽃을 피우는 데 이 꽃의 어린순을 먹는다. 양하의 꽃을 찾기 위해서는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리고 앉아 양하 잎을 헤집어 뿌리쪽을 살펴야 한다. 한 번 보이기 시작하면 주변에 있는 양하가 계속 보여 금세 한 주먹 가득 채워졌다. 양하를 더 가져가고 싶었지만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표고밭길로 발길을 옮겼다.

꽃이 아름답고 공기정화능력이 있어 가로수로 심기도 하는 협죽도도 보였다.

1

하지만 협죽도는 청산가리보다 6배 강한 독성을 가져 '죽음의 꽃'이라는 별명이 있다. 제주에서는 수년 전 관광객이 가지를 꺾어 젓가락으로, 해외에서는 핫도그 꼬치로 사용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전해진다.

말을 방목하며 항상 말을 볼 수 있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말찻오름 기슭에서 정신없이 정상을 향해 올라가다 보니 빨간 열매를 맺은 으름난초를 볼 수 있었다.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됐다고 하니 지금껏 만났던 수많은 야생화보다도 기억에 남는다. 말찻오름 탐방로가 보이는 곳까지 올라오니 딱 정오였다. 탐방로 곳곳에서 아침에 받은 도시락을 먹고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1

이권성 소장을 따라 말찻오름에서 삼다수 숲길로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인 천미천을 마저 따라가 여정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에코투어만을 참가하기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제주를 방문했다는 이은영씨는 "지난 봄 제주 한달살이를 했을 정도로 제주살이에 대한 욕망이 컸다"며 "후지산 등 해외로 트레킹을 다니다가 블로그를 보고 에코투어에 참가, 제주의 관광지를 벗어나 오름과 자연에서 하루 종일 푹 빠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은영씨와 함께 에코투어에 참가한 신미현씨는 "제주는 자주 오지만 에코투어에 오려고 제주에 온 지난 밤에는 설렘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처음 오는데도 친근하게 대해주시니 제주의 푸근한 정을 느끼고 간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23일 열리는 제12차 에코투어는 절물휴양림 앞~민오름~큰지그리오름~족은지그리오름~목장길~바농오름~목장길~곶자왈~목장길~천미천~비자림로 코스로 진행된다.

기사 목록

한라일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