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숲은 어머니께 드리는 효도선물"
80대 노모와 초로의 딸이 걷는 숲길
작성 : 2017년 05월 31일(수) 00:00

지난 27일 제9회 사려니숲 에코힐링체험에 참가한 조병순(사진 왼쪽)씨와 딸 김혜련(사진 오른쪽)씨.

"딸이 행복하게 보여 마음이 놓인다"동중학교 사제동행 프로그램도 눈길

"사려니숲은 우리 어머니가 제주도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에요. 딸인 저에게는 효도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7일 개막한 '2017 제주산림문화체험 제9회 사려니숲 에코힐링체험'에 80대 노모와 초로(初老)의 딸이 천천히 숲을 걷고 있었다. 두 모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옆에서 살짝 귀를 기울여 보니 지난 저녁에 먹었던 고등어회 얘기를 하고 있었다.

제주로 이주한지 3년차에 접어든 김혜련(57)씨는 육지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 조병순(86)씨가 제주를 방문할때면 항상 사려니숲으로 안내한다.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자 자신 역시 즐겨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충남 천안에서 국어교사로 30여년간 교편을 잡다가 지난 2014년 명예퇴직과 함께 남편과 제주로 이주하게 됐다"면서 "자연의 혜택을 받은 제주에서의 생활은 만족을 넘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머니를 1년에 2~3번씩은 제주로 모셔서 함께 제주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다"며 "특히 사려니숲은 어머니에게 딸이 드리는 효도 선물 같은 곳"이라고 덧붙였다.

어머니 조씨도 "천안도 숲은 많지만, 사려니숲처럼 깊지 못하다"며 "딸이 아름다운 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안심했다.

사려니숲을 함께 걸으며 사제 간의 훈훈한 정을 더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날 제주동중학교 1학년 학생 25명과 교사 6명은 '사제동행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사려니숲을 찾았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학교에서 미처 말하지 못했던 얘기를 나누며 시간가는줄 모르게 숲길을 걸었다.

변영신 교사(제주동중학교 1학년 부장)는 "올해 처음 열리는 사제동행 프로그램을 어디서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이곳 사려니숲을 찾게 됐다"면서 "좋은 공기를 마시고 땀을 흘리며 서로 친밀감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소 선택은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은선 학생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기는 했지만, 같이 걷다 보니 선생님과 더 가까워진 기분"이라면서 "다음에는 친하지 않았던 친구와도 와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송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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