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 천 년의 바다, 탑동
작성 : 2015년 06월 16일(화) 00:00
원희룡 지사가 탑동 신항만 건설계획을 '신의 한 수'라고 했다. 10일 한 방송사와의 생방송 대담 자리에서다. 원 지사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해양수산부의 항만기본계획에 탑동신항만 계획이 고시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기회에 제주항만 능력을 키워야 한다. 기회를 놓치면 5년을 기다려야 한다.' 대규모 매립으로 예상되는 환경파괴 우려에 대해서 원 지사는 "대안을 내놓으라"고 했다.
2010년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때에도 원희룡 지사(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는 같은 입장이었다. 한 방송사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4대강 사업이) 만약 실패고 엉터리였다고 하면 한나라당은 정권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환경단체의 공사 중단 요구에 대해서도 "얼마나 무책임한 얘긴지 가보면 바로 알 것"이라며 4대강 반대론자들을 무책임한 사람으로 몰아세웠다.
공적 개발의 대안을 시민단체에게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대안을 마련해야 할 곳은 오히려 공적 기구인 제주도다. 시민단체의 기능은 견제와 감시다. 제주도정을 책임지는 것은 원희룡 지사다. 도정의 독주를 우려하는 견제의 목소리에 대해서 대안이 없으면 입 다물라고 하는 태도는 폭력이다. 비판적 사고의 가치조차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만이다.
원희룡 지사는 탑동신항만이 건설되면 8000명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이 쏟아져 원도심에 낙수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대형 크루즈 선박이 입항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면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백 번 양보하더라도 탑동 신항만 건설은 신중해야 한다. 우선 211만3000㎡(64만평) 이상의 바다를 매립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향후 대규모 매립으로 인한 환경파괴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한다. 5년 후면 늦다고 할 게 아니다. 5년이든 10년이든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한 번 매립된 바다는 되돌릴 수 없다. 개발의 불가역성 앞에서 원희룡 도정은 겸손해야 한다.
원희룡 지사는 대규모 개발과 투자를 유치하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건 환상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를 앞세운 대규모 투자 유치 결과는 어떤가. 결국 제주도 땅을 헐값에 외지인과 중국인들에게 팔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귀포 예래동 개발 사례에도 볼 수 있듯이 그 과정에서 편법이 자행됐다.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살리자.' 이것이 원희룡 도정의 구호이다. 지난 선거에서 김태환·우근민 전 지사들의 행태에 염증을 느낀 도민들은 젊은 지사를 선택했다. 도민들의 요구는 한결같다. 변화다. 그런데 원희룡 도정이 과거 도정과 차별화 되었는가. 아니다. 협치라고 하면서 도의회와 예산 전쟁을 벌였다. 환경을 보전하겠다고 하면서 중산간 난개발을 부추긴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말의 성찬이다. 탑동 신항만 개발을 '신의 한수'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마치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대해서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도 못한 일이라고 자화자찬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탑동 바다는 탐라시대부터 흘러온 1000년의 바다다. 권력은 4년이지만 바다는, 제주도민의 삶은 앞으로 천년을 흐르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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