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 제주를 바람개비로 덮을 것인가
작성 : 2015년 04월 21일(화) 00:00
제주는 한라산을 정점으로 세계자연유산과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자연 자원과 생태의 보고이다. 돌·바람·여자가 많다는 세계적으로 독특한 생활문화 유산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바람 많은 이곳에 최근 어마어마한 규모의 바람개비들이 돌아가고 있다. 바로 풍력발전기이다. 넓게 펼쳐진 들판 사이로 봉긋봉긋 솟아난 오름의 자태를 시야에서 지우며 제주 곳곳에 육중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제주에 풍력발전이 선보인 것은 1984년 한국에너지기술 연구소가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에 100㎾, 30㎾, 20㎾ 발전기를 설치하면서부터이다. 풍력발전의 국산화와 이용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시범사업으로 추진되었다. 월령리 시범사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고 이어 국산화를 추진하기 위해 1997년 구좌읍 행원리에 풍력발전 시범단지를 조성하면서 본격화되었다. 2005년 2월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이후에는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연구 개발사업 지원정책에 힘입어 너도 나도 바람 많은 제주에 풍력발전기를 시설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현재 제주지역 풍력발전기는 운전 중인 17곳에 77기와 건설 중인 5곳에 50기를 합해 22곳 119기이다. 발전 용량은 시간당 287. 3㎿이다. 900가구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이 가운데 10기(30㎿) 이상 단지화된 곳은 7곳뿐이며 대부분 4~7기 규모이다. 1기만 설치된 나홀로 풍력발전도 6곳이나 된다. 월령 시범단지와 행원 단지를 제외한 21곳은 모두 2004년 이후에 들어선 시설이다. 발전용량 168㎿, 100㎿급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의 풍력발전 사업은 신재생 에너지 생산으로 지구 온난화 방지에 일조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풍력발전기는 한경면 신창리·두모~금등리, 구좌읍 김녕리·월정리, 한림읍 금악리, 애월읍 어음리, 표선면 가시리, 등 산간이건 들이건 바닷가이건 가리지 않고 들어서고 있다.
풍력발전기는 발전용량 3㎿급을 기준으로 했을 때 바람개비 역할을 하는 날개(블레이드) 길이가 44m에 이른다. 세 개의 날개가 돌아가면서 생기는 터빈의 직경은 91.3m, 회전 속도는 시속 240km이다. 지상에서 터빈까지 솟아오른 허브(콘크리트 구조물)의 높이는 27층 건물 높이인 80m이다. 발전기 간격은 200m 정도가 필요함으로 막대한 면적을 점유한다.
포퓰러 사이언스의 기고문에 따르면 풍력발전은 단지조성을 위한 산림파괴를 차치하더라도 여러모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쉬지 않고 회전하는 블레이드에 의해 엄청난 난기류가 생성되면서 공기 중의 열과 수증기를 위아래로 뒤섞어 인근지역의 기상조건이나 풍향을 바꿔 놓을 수 있다. 전반적으로 야간 기온은 더 높게, 주간 기온은 더 낮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세계 최대의 풍력발전소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알타몬트 패스'에서는 연간 1300여 마리의 맹금류가 풍력 터빈에 의해 죽고 있다. 풍력 터빈에 의한 미국 내 야생 조류의 피해는 연간 40~60만 마리에 이른다.
이 시점에서 풍력발전사업을 모두 중단하자는 것은 아니다. 발전기의 난시설이 아니라 경관과 환경을 고려한 규모화 내지는 집단화하자는 것이다. 기업들의 부동산 확보와 세제 혜택이라는 투자전략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마을별로 전력 생산·판매 사업에 나서는 것도 엄정한 채산성 검토 위에 시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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