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옥의 식물이야기](28)이끼(선태류)는 어떤 식물일까
작성 : 2011년 07월 30일(토) 00:00

▲다양한 이끼류. 솔이끼(왼쪽), 구슬이끼(오른쪽 위), 둥근날개이끼(오른쪽 아래)

솔이끼류 '선류'와 우산이끼류 '태류'로 분류생태적 조건의 지표생물로서 가치가 높아

이끼는 전 세계에 2만여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습기가 있는 곳이면 남극에서 적도지역에 이르기까지 어느 곳에나 자란다. 우리 주변에도 흔하다. 집주변의 담벼락, 축축한 흙바닥, 계곡의 음습한 바위의 겉이나 나무껍질, 곶자왈 등 크기는 작지만 오목조목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이끼류는 어떤 식물일까? 어떤 가치가 있는 식물일까?

이끼류는 크게 솔이끼류의 선류(蘚類, mosses)와 우산이끼류인 태류(苔類, Hepaticae)로 구분한다. 양치식물 이상의 관속식물과는 관다발이 없다는 점에서는 하등한 식물로 취급된다. 뿌리가 있기는 하나 헛뿌리이고, 수분 등은 식물체 전체에서 흡수하며 엽록체가 있어 광합성을 하며 살아간다. 비슷한 생육환경을 갖는 지의류(地衣類, lichens)는 균류(菌類)와 조류(藻類)의 복합체로 이끼와는 다른 생물군이다.

이끼는 다방면에 매우 유용한 식물군이다. 물이끼류(수태, peat moss)는 높은 물 저장 능력을 갖고 있는데 최고 25배까지 물을 저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식물을 재배하는 화분재로 이용 되고 있다. 과거 1차 세계대전에는 물이끼의 압축건조재를 지혈을 위한 외과 처치용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끼류는 유럽에서는 벽과 지붕의 충전재, 침대의 속 재료 등으로, 인디언과 에스키모인들은 아기 기저귀로도 사용하였다. 이외에 이끼류에서 추출된 수많은 유기화합물들은 다양한 기능성을 나타내 생약재로서의 경제적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끼가 갖고 있는 특징적인 점은 지표생물로서의 기능이다. 이끼는 특정 환경에서만 생육할 정도로 생태적 내성범위가 좁다. 이런 특징 때문에 생태적 조건의 지표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 이끼류는 현화식물의 잎처럼 왁스층에 의해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대기 오염물질을 쉽게 흡수한다. 이러한 이유로 대기오염의 지표 및 임업과 농업을 위한 토양조건, 수질 환경연구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이끼류는 구리, 철, 납, 아연 등과 같은 광물이 풍부한 기질에서만 생육하기 때문에 매장 광물의 예측에 활용되기도 한다.

이끼류의 연구는 힘들고 외로울 것이다. 매우 작고 서로 비슷하여 현미경으로도 종을 알아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초롱이끼, 너구리꼬리이끼, 구슬이끼, 은이끼, 깃털이끼…. 누가 이런 아름다운 이름짓기에 도전할 분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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