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한림 월령리 선인장 자생지 확인자연·인위적 경로 통한 '귀화식물' 군락
1972년 3월13일, 제주도 한림읍 월령리 해안에서 선인장 자생지가 확인되었다는 기사가 국내 모 일간지 1면에 대서특필됐다.
부종휴 선생에 의해 밝혀진 사실이었다. 아울러 부종휴 선생은 이 식물이 과거 해류에 의해 식물체가 밀려와 이곳에 정착 하였을 것으로 추측하였다. 그 후 이 곳은 1976년에는 제주도기념물 제35호 '선인장 자생지'로, 2001년에는 천연기념물 429호 '제주 월령리의 선인장군락'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그런데 이 선인장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그리고 제주 자생식물이라 표현하는 게 맞을까?
월령리 선인장 군락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설이 있다. 하나는 열매나 줄기 등이 해류(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밀려와 정착 후 야생군락을 형성하게 되었다는 설이다. 사실 선인장이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기는 하나 바닷물 속에서 긴 여정을 견딘 후 정착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두 번째는 1920년대에 신창리 출신의 원양선원 고모씨가 남양군도에서 가시 돋은 풀을 가지고 와서 '떡꽃'이라고 하며 퍼뜨린 것이 선인장 이라는 것이다. 그 후 선인장은 돌무더기 사이에서도 자라기 시작했고, 농사에도 지장을 줄 정도로 번성했다고 한다. 게다가 우회도로 주변에 조경용으로 심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이 설은 구체적인 사실과 인과관계가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이러하다면 선인장의 도입과 자연적 군락의 형성에 채 백년이 되지 않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대부분의 선인장은 건조에 강하도록 진화된 다육식물로 열대 및 아열대의 아메리카가 원산인 식물이다. 월령리의 선인장(Opuntia ficus-indica (L.) Mill.)은 멕시코가 원산지로 아프리카 남부나 아시아의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남부에도 도래되어 야생상으로 자라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식물지리구계 구분상에 있어서 지리 구계가 상이한 구계에서 이입되어 정착해 온 식물종을 귀화식물(歸化植物)이라 한다. 이러한 귀화식물의 이입은 자연적 혹은 인위적인 경로를 통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엄격히 말하자면 월령리 선인장 군락은 귀화식물 군락이다. 천연기념물 지정 시에도 문화재의 명칭이 '선인장 자생지'가 아닌 '제주 월령리의 선인장군락'으로 칭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