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이후 70여년만에 제주 분포 재확인꽃 없을 때 사초과 식물과의 구분도 어려워
항상 새로운 식물을 보면 맘이 설렌다. 몇 해 전 '노란별수선'의 동정(同定, 식물이름을 결정함)을 부탁 받을 때도 그랬었다. 그 식물은 국내에 있는 어떤 종과도 닮은 점이 없었다. '잎은 사초과를 닮았고, 알뿌리는 수선화과를, 꽃은 백합과 식물과 비슷하다'라고 생각했다. 몇 개의 문헌을 보고 나니 모든 형태적 형질이 노란별수선(Hypoxis aurea Lour.)이라는 식물을 가리키고 있었다.
혹시 국내에 기록된 적이 있는가를 검색해 보았다. 처음엔 없는 듯 했다. 그런데 1985년 이우철 교수님이 발표한 논문에 일본 학자가 1935년 5월 제주도에서 채집한 표본이 경도대학에 보관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듬해 이창복 교수는 이 문헌을 인용하며 비교적 큰 식물인데 한 점만 채집되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우나, 제주도에 분포할 가능성이 높은 종이라 평하였다. 이 식물의 등장으로 사실상 70여년 만에 제주 분포가 재확인 된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명이 없었다. 식물의 좋은 이름은 연상될 수 있어야 한다. 외국명을 찾아보았다. '소금매초(小金梅草, 중국·일본)', '골든 스타 그래스(Golden Star Grass)'였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노란 매화꽃을 연상한 듯했다. 영명은 '황금별꽃(풀)'로 풀이된다. 식물의 특징을 잘 표현한 이름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00별꽃'이라 칭하면 석죽과 식물로 오인하기 쉬울 듯 했다. 그래서 노란별모양의 꽃과 수선화과가 갖는 구경(덩이줄기)을 갖는 점을 감안하여 '노란별수선'으로 칭하였다.
그런데 왜 그동안 발견되지 않고 재확인하는데 이처럼 오랜 기간이 걸렸던 것일까? 첫째는 분포지가 많지 않다. 이 식물의 분포 중심은 동남아시아의 열대 및 아열대지역으로 제주도, 남해안 및 일부도서 정도가 분포한계점이 될 것이다. 둘째는 생김새 때문이다. 이 식물은 포기를 형성하지 않고 주변식물에 비해 작아 눈에 띄기 어렵다. 더구나 꽃이 없을 때는 사초과 식물과 비교할 때 전문가조차 구별이 힘들다.
최근에 진도와 신안군의 무인도 등지에서도 분포가 확인되고 있다고 한다.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이젠 다시 찾은 땅 위의 노란 별이 해마다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아끼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