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옥의 식물이야기](20)물속의 소리 없는 사냥꾼, 통발
작성 : 2011년 06월 04일(토) 00:00

▲수생식물 통발은 광합성을 하지만 부족한 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정교한 벌레잡이 기술을 개발, 물벌레를 포획한다. 사진 좌측은 꽃, 우측은 벌레잡이주머니의 모습.

치밀하고 계획적인 벌레잡이 기술 개발"자유로이 유영하며 생존위한 자연선택"

초여름 가느다란 꽃자루에 노란 꽃 몇 개를 매달고 연못을 유유히 배회하는 식물이 있다. 바로 '통발'이다. '통발'은 고기 잡는 어구를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이 식물은 이름 그대로 통발처럼 생긴 덫을 가지고 있는 벌레잡이 식물이다. 덫은 수중 잎이 변형된 달걀 모양의 주머니로 잎에 주렁주렁 달린다. 그리고 뚜껑이 달려있어 한쪽으로만 열리는 문과 같은 기능을 하는 덫이 된다. 그런데 왜 통발은 이런 덫을 만들어 벌레를 잡아야만 했을까?

통발은 땅에 고착하지 않고 물에 떠다니며 생활하는 수생식물이다. 습지에서는 생물생존에 필수적인 질소와 인산이 수분에 쉽게 씻겨 내려가 양분이 부족하다. 게다가 이 적은 양을 얻기 위해 많은 생물이 경쟁한다. 그런데 통발의 경우 광합성을 하지만, 뿌리를 통한 양분흡수 능력이 거의 퇴화하여 양분이 더더욱 모자라게 된다. 이처럼 좋지 않은 환경에서 통발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벌레잡이였던 것이다. 통발의 경우 대부분의 영양분을 벌레잡이 활동을 통해 얻는다고 한다. 그럼 통발은 어떻게 먹이를 잡고 영양분을 섭취할까?

통발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벌레잡이 기술을 갖고 있다. 이 과정은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주머니 내의 물을 퍼내는 작업을 하여 작은 공기주머니 안쪽으로 함몰을 만들어낸다. 이때 주머니 안이 일종의 진공상태가 되는 것이다. 또한 주머니 입구의 양쪽측면에는 안테나 모양의 매우 민감한 털이 있다. 어떤 먹이 생물이 지나가며 이 털을 자극하면, 주머니의 문이 안쪽으로 구부러져 열리고, 물이 바깥쪽에서 주머니 안으로 유입되게 된다. 이때 먹이가 같이 휩쓸려 들어가면서 뚜껑이 닫히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중력보다 600배나 가속된 힘으로 수천분의 1초만에 물벼룩 같은 먹이를 빨아들인다고 한다. 그 후 먹잇감은 단백질 분해효소 등 많은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가 되어 식물체에 영양분을 공급하게 된다.

통발은 종족보존을 위해 다른 생물 및 생존의 물리적 조건에 대항하여 진화를 거듭해 온 식물이다. 자신의 생명줄인 뿌리를 버리고 자유로운 유영을 택했다. 아울러 정교한 벌레잡이 기술도 개발했다. 그리고 비로소 뛰어난 어부가 되었다. 이 원리가 생물의 생존을 위한 '경쟁',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이다.

기사 목록

한라일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