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옥의 식물이야기](19)우리가 먹었던 '탈'의 이름은 뭘까
작성 : 2011년 05월 28일(토) 00:00

▲제주에 자생하는 다양한 산딸기. 사진 위 왼쪽부터 가시딸기, 복분자딸기, 산딸기. 아래 왼쪽부터 장딸기, 거지딸기, 멍석딸기.

산딸기속 750여종… 제주엔 약 18종 확인장딸기·산딸기·멍석딸기·줄딸기 등 다양

햇살이 뜨거워지며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즈음 들판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가 '산딸기'이다. 사실 제주사람에겐 '산딸기' 보다는 '탈' 이란 이름이 더 친숙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들에서 뛰어놀 때, 진썹(왜모시풀, 왕모시풀)에 가득 따 모아 한입에 털어 넣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게다가 풀잎(띠, 억새)에 알알이 꿰어 식량(?)을 비축하는 쏠쏠한 재미도 있었다. 요즘은 '산딸기', '복분자'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열매다. 그럼 우리가 어릴 적 따 먹었던 '탈'의 이름은 뭘까? 그리고 복분자는 어떤 식물을 말하는 걸까?

산딸기속(屬, 무리)은 세계적으로는 750여종에 달하고, 남극대륙을 제외한 모든 곳에 자라는 식물이다. 제주에는 약 18종 정도가 알려져 있는데, 이 무리의 열매를 일반적으로 '산딸기'(제주방언 '탈')라 부른다. 서양에서는 산딸기 열매를 따면 꼭지는 나무에 남아 있고, 열매는 가운데가 빈 모자모양이 되므로 빨간 모자(red cap)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은 장딸기(보리탈, 감티탈), 산딸기(한탈), 멍석딸기(콩탈, 태역탈), 줄딸기, 복분자딸기(가믄탈), 거문딸기 등이다. 가시딸기(곡지탈)는 일본의 나카이박사가 천지연에 자라는 것을 신종으로 보고한 제주 고유식물이다. 이 외에 겨울딸기(저슬탈, 노루탈), 검은딸기, 거지딸기, 수리딸기, 곰딸기 등이 있으나 드물다. 이 중에 복분자딸기만 열매가 검게 익는다. 그럼 복분자는 열매가 검게 익는 딸기를 말하는 걸까?

복분자(覆盆子)는 생약명인데 미성숙한 열매를 말린 것이다. 그런데 중국과 한국에서 쓰이는 식물종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는 열매가 붉게 익는 장엽복분자(Rubus chingii)를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복분자딸기를 사용하나 수리딸기, 산딸기 등을 대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는 아마 생약활성이 비슷하고 풍토에 맞아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을 사용한 선인의 지혜로움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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