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옥의 식물이야기](18)홀아비꽃대와 옥녀꽃대 구분하기
기생·부생식물은 광합성 대신 영양분 얻어
스스로 선택과 진화 수만년 동안 생존전략
작성 : 2011년 05월 21일(토) 00:00
이맘때쯤 숲길을 거닐다 보면 하얀 술을 가진 병솔모양의 풀꽃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 홀아비꽃대 아니면 옥녀꽃대일 것이다.
홀아비꽃대와 옥녀꽃대는 죽절초와 더불어 홀아비꽃대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이 두 식물의 꽃은 꽃잎이 없고, 암술은 자루 없이 암술머리와 씨방만으로 된다. 수술은 3개로 보이나 아랫부분에서 합쳐지며 독특하게도 이 부분에 꽃밥이 있다. 흔히 꽃이 피었을 때 흰색의 꽃술이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데 이 부분이 수술이다. 이처럼 두 식물은 너무 비슷하다. 어떻게 이들을 구분할까?
홀아비꽃대는 옥녀꽃대보다 국내에 먼저 알려진 식물로 한라산에서는 낙엽수림대 이상, 혹은 곶자왈에 자란다. 옥녀꽃대에 비해 수술의 길이가 매우 짧고, 두툼하며, 꽃밥중의 하나는 바깥을 향해 붙어 있다. 씨방의 형태는 거의 구형으로, 이를 둘러싼 포엽은 타원형으로써 갈라지지 않는다.
옥녀꽃대는 사실 1930년 일본의 나카이 박사가 거제도의 옥녀봉과 부산 등지에서 채집된 것을 고유식물의 신종으로 발표한 적이 있었다. 국명인 '옥녀꽃대'는 최초 채집지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러나 이후 2000년에 이르러 중국, 일본 등에 분포하는 기존에 발표된 종과 같은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비로소 실체가 알려졌다.
제주도에서는 해안, 계곡사면, 곶자왈 등 유기질이 많고 습한 저지대에 자란다. 홀아비꽃대에 비해 수술이 두 배 정도 길고, 비스듬히 서며, 모든 꽃밥이 수술대 아래의 안쪽에 감춰져 있다. 씨방의 형태는 계란형으로 이를 둘러싼 포엽은 2~3갈래로 갈라진다. 이 점은 열매가 성숙해도 유지되며 꽃이 없을 때, 열매를 감싸고 있는 포엽의 갈라짐 여부로도 홀아비꽃대와 옥녀꽃대를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인 국내외의 식물분포를 감안하면 홀아비꽃대와 옥녀꽃대는 서로 만날 수 없는 식물이다. 수직분포로 치자면 옥녀꽃대는 저지대에, 홀아비꽃대는 고지대에 자란다. 그러나 곶자왈에서는 둘 다 만날 수 있다. 참으로 곶자왈의 품은 넓다. 이 넉넉함이 홀아비와 옥녀를 중매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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