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부생식물은 광합성 대신 영양분 얻어스스로 선택과 진화 수만년 동안 생존전략
식물은 대개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얻고 축적한다. 녹색식물에는 엽록소, 카로티노이드 등의 색소분자들이 있어 햇빛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식물 중에는 초종용, 수정난풀처럼 엽록소가 없는 식물들이 있다. 이들은 광합성을 하지 못한다. 그럼 모자란 영양분들을 어디서 얻고 성장하는 것일까?
광합성을 하지 않고 자기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영양분을 얻는 대표적인 식물에는 기생식물(奇生植物 parasitic plant) 과 부생식물(腐生植物 saprophyte)이 있다. 기생식물은 '식물세계의 흡혈귀'로도 불리며, 이들은 흡기(haustoria)라는 특화된 뿌리를 다른 식물의 관다발에 부착하여 물과 영양분을 갈취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일부 기생식물은 겨우살이, 긴제비꿀처럼 잎파랑치(엽록체)가 있어 광합성을 하는데 이들을 반기생식물이라고 부른다. 흡기는 숙주식물(宿主植物)의 줄기 혹은 잎에 붙거나(새삼 등), 뿌리에 붙는데(초종용, 야고 등), 어떤 종들은 특정한 식물에만 기생하여(초종용-사철쑥, 백양더부살이-쑥, 야고-억새) 숙주식물을 찾아야 기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기생이 시작되면 숙주의 생장을 방해하여 쇠약해지거나 심지어는 말라죽게 하기도 한다.
부생식물은 균근식물(菌根植物)로도 불리며 뿌리에서 직접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고 뿌리와 공생하는 박테리아(곰팡이)가 유기물을 분해함으로써 영양을 얻는다. 박테리아는 식물에게 인과 질소와 같은 영양분을 공급해 주며, 그 대신 식물은 곰팡이에게 생명 유지에 필요한 탄소를 공급해주는 공생관계이다. 대표적인 부생식물로는 으름난초, 대흥난, 무엽난, 한라새둥지난, 한라천마, 무엽란, 천마, 석장, 구상난풀, 수정란풀 등이 있으며, 이들은 생태계에 있어 물질순환을 돕는 중요한 분해자이다.
식물의 생존을 유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식물 스스로의 선택과 진화이다. 기생식물과 부생식물은 어떻게 이런 삶을 택하게 된 것일까? 항상 느끼지만 수 만년 동안 생존전략을 세우고 끊임없이 진화해 온 식물의 삶이 경이로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