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옥의 식물이야기](15)양치식물 중 고사리만 먹을 수 있을까?
작성 : 2011년 04월 30일(토) 00:00
고비(Osmunda japonica Thunb.)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는 제철 봄나물이 최고의 선택인 듯하다. 그 중 초록빛의 햇고사리 나물은 우리의 입맛은 물론 눈까지 즐겁게 만드는 음식이다. 그런데 또 다른 고사리는 먹을 수 있는 게 없을까?
일반적으로 양치식물은 독성이 있어서 먹지 못하는 독초로 분류된다. 왜냐하면 양치식물에는 비타민B1(티아민)을 분해하는 효소인 티아미나아제(thiaminase)가 들어 있다. 따라서 양치식물을 장기간 생식할 경우 비타민B1 결핍증인 각기병(beriberi)에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의 동남아시아권의 국가와 히말라야, 호주 등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양치식물을 식재료로 사용한다. 각국의 조리법은 독성분이 들어있는 양치식물을 삶거나 데쳐 티아미나아제의 활성을 없애고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옛사람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한국에서는 고사리, 고비, 청나래고사리, 섬고사리(참고비, 울릉도) 등을 즐겨 먹는다. 일본 등에서는 이외에 쇠뜨기(포자엽의 줄기), 응달고사리, 물고사리 등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졸임, 튀김 등 조리법도 다양하다. 동남아시아권에서는 물고사리, Blechnum orientale, Diplazium esculentum, Stenochlaena palustris 등의 어린잎을 요리에 이용한다. 또한 호주의 원주민들은 네가래속 식물인 나르두(nardoo, Marsilea drummondii)의 콩모양의 포자낭과(胞子囊果)를 갈아 가루를 내어 묽은 죽을 쑤어 먹었다고 한다.
제주 속담에 '고사리는 아홉 성제(형제)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봄에 돋아나는 고사리의 줄기가 한 번 꺾이면 계속해서 아홉 번까지 다시 돋아난다는 뜻이다. 그 만큼 끈질기고 인내심이 강한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힘든 시기에 우리도 고사리 같은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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