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옥의 식물이야기](14)희귀식물 초령목 자생지를 찾자
작성 : 2011년 04월 23일(토) 00:00

▲초령목의 열매와 꽃, 열매는 무속인의 요령과 매우 닮았다.

신을 부르는 나무… 꽃봉우리 터지면 향기 만발자생지 1개소만 확인… 다수 개체 존재 가능성

초령목은 한국에 자생하는 목련과의 유일한 상록수이다. 윤택이 있는 잎 사이에서 하얀색의 꽃봉오리가 터지면 달콤한 향기가 주변을 가득 채운다. 아마 봄이 되어 제주도 희귀식물의 개화를 전할 때 가장 먼저 주목받는 식물일 것이다.

초령목은 일본의 건국 신화에 최초로 등장한다. 나라를 다스려야 할 남동생이 방탕에 빠지자 누나인 태양의 신(天照大神)은 화가 나서 동굴로 숨어버린다. 그러자 세상이 암흑으로 변하는데, 숨은 태양신을 밖으로 유인하기 위한 계책으로 하늘의 동굴 앞에서 춤을 춘다. 이 춤을 출 때 손에 들었던 나뭇가지가 바로 초령목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신을 부르는 나무 즉, 초령목이라 불리게 된 이유이다. 게다가 열매의 형태는 무속인이 사용하는 도구인 요령과 매우 유사하기까지 하여 그럴듯하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부르는 초령목은 일본에서 지어진 이름을 차용한 것이다.

제주에서는 제주대 김문홍 교수가 1976년 2그루를 발견하여 처음으로 보고하였으나 자생지가 훼손되어 국내에서는 자생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2003년 남원읍 하천 계곡에서 폭우로 쓰러진 초령목이 발견되어 제주도기념물 제63호로 지정되었지만 4년 만에 말라 죽었다. 그 후 2007년 또 다른 하천에서 수령 80년 정도의 1개체가 다시 확인되어 현재 1개소의 자생지만 확인되고 있다. 정말 한 그루밖에 자라지 않는 것일까?

일본문헌에 의하면 초령목은 물론 인공적이긴 하나 약 70% 정도의 종자발아율을 보인다고 한다. 비교적 높은 수치이다. 이 점은 현재까지 발견된 개체가 노거수이고 개화 및 결실이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자연번식에 의해 발생한 다수의 개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축적된 자생지 정보는 식물의 보존과 번식 혹은 복원 시 강력한 정보를 제공한다. 우린 아직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초령목 자생지를 찾자. 축축한 상록활엽수림 계곡을 걷다가 향기가 나거나, 발아래 도톰하고 작은 하얀 꽃잎이 떨어져 있으면 위쪽을 한번 쳐다보자. 그 나무가 초령목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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