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옥의 식물 이야기](4)제주고사리삼이 멸종된다면
제주서 탄생한 세계적으로 유일한 자생지
개체수 급감 멸종 위기… 보존 노력 절실
작성 : 2011년 02월 12일(토) 00:00

▲제주고사리삼 자생지와 제주고사리삼(왼쪽 아래). 제주에서 탄생한 제주고사리삼은 올해로 10번째 생일을 맞았다.

식물은 이름이 지어져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새 생명을 얻고 세상에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간다. 이렇게 제주에서 탄생한 식물이 있다. 바로 '제주고사리삼'이다.

제주고사리삼이 올해로 10번째의 생일을 맞았다. 당시 제주고사리삼의 발표는 '하등 식물의 진화적 미스테리를 풀어줄 잃어버린 고리의 발견' 이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의 제주도만이 유일한 자생지라는 사실은 학계를 더더욱 놀라게 했다.

그런데, 최근 제주고사리삼의 보존을 주제로 국제학술지에 연구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제주고사리삼의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낮은 점과 자생지의 취약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전적 다양성이 높은 경우 다양한 환경 위협에 대한 생존 가능성이 높고, 다양성 정도가 낮으면 환경 변화에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에서 제주고사리삼은 근친교배 등으로 인해 유전적 다양성이 극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자생지는 대규모의 개발에 위협받고 있으며, 자생지내 참느릅나무 등 수목의 채취 등으로 인한 급작스런 환경변화, 탐방객의 식물채취 등으로 제주고사리삼의 개체수가 꾸준히 급감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제주고사리삼을 국제적수준의 멸종위기식물 평가기준(IUCN: 세계자연보호연맹)에 따라 평가하면, 극심멸종위기종(CR)에 속한다. 멸종(EW)의 바로 전단계이다. 우리가 희귀식물로 알고 있는 한란, 풍란, 솔잎난, 돌매화나무 등은 멸종위기범주에 속하지도 않는다. 세계적으로 흔하기 때문이다. 제주고사리삼은 전 세계에서 오직 제주지역에만 분포한다. 제주에서 사라지면 지구상에서 멸종되는 것이다.

제주고사리삼은 우리의 땅에서 태어났고 우리가 지어준 이름이다. 우리의 보존의지와 노력이 없다면, 얼마 못가 제주고사리삼이라고 불러줄 의미 있는 대상이 없어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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