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옥의 식물이야기](2)한라산 고산식물의 혹한 속 겨울나기
작성 : 2011년 01월 22일(토) 00:00

▲눈속에 파묻힌 고산식물과 한라산 설경

차가운 바람·눈 때문에 얼어죽진 않을까눈은 혹한에 맞선 안전장치·보호막 역할

연일 몰아치는 한파와 눈에 한반도가 꽁꽁 얼어붙었다. 한라산의 기온도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고, 벌써 2m가 넘는 적설량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백록담의 식물 대부분이 눈 속에 파묻힐 정도의 엄청난 양이다. 이 눈 속에 파묻힌 구상나무, 눈향나무, 시로미, 돌매화나무는 겨울을 어떻게 나고 있을까? 차가운 바람과 눈 때문에 혹시 얼어죽진 않았을까?

그러나 이렇게 덮인 눈은 백록담의 식물이 혹심한 한라산의 겨울을 견뎌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이자 보호막이다. 극한지에 자라는 식물들은 혹한에 대처하는 몇 가지의 대표적인 생존전략이 있다. 우선 식물의 키를 낮추어 강한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눈 속에 파묻히는 전략이다.

덮인 눈이 지열의 방출을 차단하여 보온효과를 낸다. 뿐만 아니라 적절한 수분을 공급하여 건조를 방지하고, 강한 바람을 막아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생존할 수 있게 한다. 한라산 고지대의 식물이 저지대 혹은 내륙의 산지에 자라는 식물보다 유난히 키가 작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 해당한다.

또 하나의 적극적인 대처법은 식물 스스로가 생리적 저항력을 증진시키는 전략이다. 추운 곳에 자라는 식물은 대부분 강추위에도 잘 얼지 않는 인지질을 세포의 생체막 안에 많이 축적한다. 혹은 당이나 올리고당, 아미노산 같은 저분자 질소 함유 물질, 수용성 단백질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부동액을 세포에 축적하여 추위를 견디고 동결을 막는다. 이것은 우리가 겨울철 자동차의 냉각수를 어는 점이 매우 낮은 부동액으로 채우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식물의 겉모양과 생존 방법의 차이는 식물의 삶에 환경조건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식물은 불리한 환경에 처하면 삶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피하거나 불리한 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변신을 시도하기도 한다. 한라산의 식물이 다양하고 희귀식물과 고유식물이 많이 분포하는 이유는 식물들이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생존 방식을 끊임없이 개발해왔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이 노력과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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