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숲 보니 뿌듯해요"
[사려니 숲길 걷기 체험]비자림로 삼나무숲 조성 주역들
작성 : 2009년 05월 19일(화) 00:00

▲비자림로 삼나무 숲을 조성한 장본인인 강대윤·이용언·문서훈·양태관·양영길(사진 왼쪽부터)씨가 지난 17일 사려니 숲길 걷기 개막식 행사장을 찾아 곧게 잘 자란 나무를 자식마냥 토닥이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60년대 잡목 뒤덮인 가시덤불에 심어공직 퇴직해도 산림 연구 · 보호 힘써

"우리가 심은 나무가 이렇게 곧게 잘 자라줘 감개무량하다. 1960년대 말만해도 이 곳은 전부 가시덤불에다 잡목으로 뒤덮였었지. 숯을 굽는 사람들도 많았어."

비자림로 삼나무 숲을 조성한 주역들이 지난 17일 사려니 숲길 걷기 개막식 행사장을 찾았다.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자신들이 심어놓은 삼나무를 자식마냥 토닥이며 40여년 시간만큼이나 긴 회상에 빠졌다.



주인공은 퇴직후에도 제주산림을 연구하고 보호하는데 힘을 쏟고 있는 임정동우회 회원인 강대윤(79)·이용언(66·회장)·문서훈(75)·양태관(76)·양영길(70)씨.

당시 제주도청 산림과 직원이었던 이들은 "수종갱신사업으로 1967년부터 1969년까지 현재 절물휴양림 등 도내 삼나무와 편백나무숲 250ha를 조성했다"며 "1ha당 200명의 인원이 투입됐고 묘목 3000본씩을 심었다"고 말했다. 묘목은 제주도의회 의장을 역임했던 고(故) 김도준씨의 양묘장에서 생산됐다고 했다.

제주산림의 산증인인 이들은 "이후 1974년 숲 가꾸기 사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간벌작업으로 그 이후 나무의 생장이 급격히 빨라졌고 더 좋은 숲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차 간벌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려니 숲길로 나서며 이들은 "사려니 숲길도 엄청 걸었지. 옛날 제주시를 출발해 교래-송당-가시리까지 걸어다녔어. 우리 나이도 나무와 함께 크는 것이지. 숲을 보니 가슴이 뿌듯해"라며 새삼 감회에 빠졌다.

찬찬히 발을 옮기며 이들은 200m 가량 뒤편에 있는 편백나무 숲의 이야기와 박정희 대통령 시절 표창을 받은 이야기, 그리고 숯을 굽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 숲에서 지내온 세월을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해 냈다.

굽이 굽이 이어진 길을 걷는 이들의 모습이 울창한 숲과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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