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애써 마늘 농사 지어봤자 생산비는 커녕 빚만…"
입력 : 2024. 05. 20(월) 15:39수정 : 2024. 05. 21(화) 16:05
문미숙기자 ms@ihalla.com
20일 대정농협 유통사업소에서 첫 수매 시작
잦은 비에 벌마늘 늘고 생산량 줄어 작황 최악
평년 70%에 이르던 상품 비율 40%도 안돼
정부와 제주도에 벌마늘의 수매 대책 촉구
20일 서귀포시 대정읍 소재 대정농협 유통사업소에서 올해 제주산 마늘 첫 수매가 진행되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올해 마늘 농사는 잦은 비에 일조량 부족으로 생산량이 절반 가까이 줄고, 마늘 쪽이 여러 갈래로 분화하는 '벌마늘'(2차 생장) 발생량이 늘어 상품 비율이 반타작이다. 앞으로 마늘 농사를 접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다. 3.3㎡당 1만5000~1만6000원의 경영비를 들여 애써 1년 농사 지었는데 소득은 커녕 빚만 늘게 생겼으니…."

20일 올해 제주산 마늘 첫 수매가 이뤄진 서귀포시 대정읍 소재 대정농협 유통사업소에서 만난 마늘 농가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 말했다.

도내 마늘 생산예상량(1만6600t)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최대 주산지답게 유통사업소에는 오전 일찍부터 농협과 계약재배한 농가들이 수확 후 건조한 마늘을 트럭을 싣고 와 등급 판정을 받았다.

마늘 지름이 5㎝ 이상이 돼야 '상품' 등급을 받아 대정농협이 결정한 ㎏당 3800원의 수매가를 받을 수 있다. 수매가가 작년보다 600원 오르긴 했지만 예년 같으면 70% 안팎이어야 할 상품 비율이 30~40%에 그치다 보니 농가 표정은 어두웠다. 이달 16일 대정농협이 진행한 가수매에서 상품 비율은 41.7%, 중품 32.4%, 하품 5.5%, 벌마늘 20.4%로 확인됐는데 본격 수매가 시작되면서 상품 비율은 30%대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평년의 경우 상품 비율이 70%, 중품 20%, 하품이 10%(벌마늘 5% 포함)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올해 마늘 작황을 짐작할 수 있다.

유통사업소에서 만난 오영남(64·대정읍 동일리)씨는 "약 5만㎡에서 마늘 농사를 지었는데 벌마늘이 30~40% 발생했다. 생산량은 크게 줄었는데, 그마마저 죄다 벌마늘이니 건조 후 선별 작업에 많은 인력이 들었다"고 어려움을 말했다.

이현식(69·대정읍 일과2리)씨는 "예년에는 3.3㎡당 5~6㎏은 수확했는데, 올해는 4㎏도 안될 것 같다. 상품 비율은 20% 남짓, 벌마늘은 40%쯤 된다. 임차료를 포함한 경영비가 3.3㎡당 1만6000원이 넘을 듯 싶은데, 아무리 계산해 봐도 마이너스다. 마늘 농사를 접고 양파나 다른 품목으로 전환해야 할지…"라고 했다.

이같은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올해 도내 9개 농협의 계약재배 물량 7814t 중 5134t을 차지하는 대정농협은 벌마늘 수매가를 하품(㎏당 2400원)과 동일한 가격을 적용키로 했다. 정부 채소가격안정제 계약 농가를 대상으로 한 벌마늘 농가정산가격은 ㎏당 1920원이지만 어려운 농가 여건을 감안해 대정농협 자체자금으로 하품 가격에 맞추기로 지난 17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것이다.

문제는 비계약재배 농가의 벌마늘 처리 문제다. 대정농협은 지난달부터 제주도에 비계약재배 농가의 벌마늘을 사들여 육지 저장시설로 옮기는데 드는 운반비과 저장비, 감모율(약 20%) 등의 비용을 도에서 지원해 주면 1000t을 ㎏당 2400원에 추가 수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마늘 수매가 시작된 현재까지 도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마늘 농가들도 정부와 제주도에 벌마늘을 서둘러 수매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강성방 대정농협 조합장은 "평년 3.3㎡당 마늘 생산량이 6㎏ 정도인데 올해는 4㎏도 어려울 만큼 생산량 감소가 큰데다, 비계약재배 농가들은 벌마늘 처리 대책이 없어 애타고 있다"며 "농협에서 수매하지 않으면 농가에선 유통업체에 농협 수매가 대비 훨씬 헐값에 팔 수밖에 없고, 시장에 유통되면 결과적으로 마늘 가격 하락 등 시장이 혼란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농협에서 사들인 벌마늘은 제주마늘주산지협의체 방침에 따라 8월 16일까지는 출하가 연기된다.

한편 도내 마늘 재배면적은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감소해 2017년 2069㏊에서 올해는 절반 수준으로 줄며 앞으로 1000㏊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계화가 안돼 노동집약도가 가장 높은 품목으로 꼽히는데다 농촌 고령화로 인력난이 심각한 탓이다.
올해 제주지역의 벌마늘 발생률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20일 대정농협 유통사업소에서 진행된 올해산 마늘 첫 수매 샘플 검사에서도 벌마늘이 일부 확인되고 있다. 강희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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