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78] 3부 오름-(37)도두봉은 펑펑 솟아나는 샘 '오래물'과 연관
입력 : 2024. 04. 23(화) 00:00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도두봉은 아이누어와 고구려어 복합기원
도두봉의 근원지명 ‘도돌오름’은 무슨 뜻?

[한라일보] 도두봉은 제주시 도두동 산1번지다. 표고 65.3m, 자체높이 55m다. '세종실록'에 도도리산(道道里山),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도도리악((道道里岳), 도도리악봉수, 1653년 이원진의 '탐라지' 등에 도원악(道圓岳), 그 외 문헌에 도원망(道圓望), 도두봉(道頭烽), 도도봉(道道烽), 조두봉(鳥頭峰)으로 나온다. 지역에서는 도도오름(渡道오름), 도돌오름, 도두리, 도들봉, 도들오름, 도원봉으로도 부른다. 오늘날 지도에는 도두봉(道頭峰)으로 표기했다.

제주시에 위치한 도두봉과 도두동, 도두봉 오른쪽 마을 중앙에서 오래물이라는 샘이 솟는다.
이 오름 이름들 역시 그 유래가 분분하여 종잡을 수 없기는 다른 오름들과 매 한 가지다. '도도록히 도드라졌다는 데서 유래한다'는 설명이 있다. 어떤 이는 색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하였다. 제주도의 산정은 대부분 분화구로 함몰되어 있는데, 이 산봉우리는 그것이 없고, 오히려 '봉우리의 모습이 볼록하게 뾰족하여 웅봉(雄峰)이라는 뜻, 즉, 남근으로 보인다'라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한다. 아마 '도두' 혹은 '조두'에서 남근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연상했던 것 같다.

'도돌'이라는 이름에서 '도도록하다'라는 말이 쉽게 떠오르는 것 같다. 또 다른 저자도 이러한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말은 제주어에서도 '도도록하다'라는 말로 '도도록하게 내밀거나 드러나다'라는 뜻을 갖는다는 점에서 더욱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또는 '둥글다'의 뜻에서 온 것일 수도 있다고 본다.



마을 가운데서 솟아 폭포처럼 바다로 떨어지는 샘물

과연 이런 오름 이름 유래는 타당한 주장일까? 이 오름의 이름들을 모아보면 도도리산(道道里山), 도도봉(道道烽), 도돌오름, 도도오름(渡道오름), 도두리, 도두봉(道頭峰), 도들오름, 도원악(道圓岳), 조두봉(鳥頭峰) 등 9개 정도가 추출된다. 이중 조두봉(鳥頭峰)은 도두봉(島頭峰)의 오기로 본다는 입장이 있다. 이 이름을 제외하면 8개이다.

여기에서 도원악(道圓岳)의 원(圓)은 '두리 원'이므로 역시 '도두리악'의 다른 표기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도도리산, 도돌오름, 도두리, 도둘오름 등과 함께 '도두리악'으로 수렴함을 추정할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나머지 이름 도도봉, 도도오름, 도두봉의 표기도 'ㄹ' 혹은 '리'가 생략된 형태일 뿐 결국 같은 표기라는 것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이름들 모두 하나로서 '도돌'을 표기하려고 한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도두봉(道頭峰)으로 표기하고 지칭하는 오름은 과거엔 '도돌오름'이었으며, 그보다 고어형으로 본다면 '도돌올'로 지칭했을 것이다. 이것을 한자로 표기하려고 고심한 끝에 나온 이름들이 이렇게 많아졌다.

이 오름이 있는 마을은 도두동이다. 이곳은 여러 군데서 물이 솟아난다. 그야말로 땅속에서 흐르던 물이 지표면을 뚫고 펑펑 솟는다. 곳곳에 식수로 이용하는 곳, 채소 씻는 곳, 여탕, 남탕, 빨래하는 곳 등 용도에 따라 구분한 샘들이 즐비하다. 또한, 마을 가운데서 솟아 나와 바다로 쏟아져 떨어지는 샘물은 마치 폭포수같이 수량이 많다. 이 마을과 이 오름은 뭐니 뭐니 해도 이 맑고 시원하며 폭포같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샘물이 특징이다.

도두동 마을 안을 흐르는 오래물 물골, 이 건물들은 샘물을 이용하기 위한 시설이다. 김찬수


도돌오름은 물오름, 오래물은 샘물

그러므로 이 오름 이름에서 보이는 도돌오름이란 '도+돌+오름'이라는 점을 충분히 연상할 수 있다. '돌오름'이란 토산의 지명에서도 봤고, 안돌오름, 밧돌오름, 감낭오름 혹은 원물오름에서도 봤다. 여기서 '돌'이란 물이라는 뜻이다. 이 오름의 이름에 들어있는 '돌오름'이라는 것도 같은 뜻이다. 즉, 물오름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 '돌오름'에 마치 접두사처럼 붙어 있는 '도'가 무엇인가이다. 이 '도'란 '못' 혹은 '호수'를 의미하는 말이다. 아이누어 기원이다. '돌'과 거의 같은 의미다. 따라서 아이누어를 쓰는 언어집단이 먼저 '도올'이라 했던 것을 이후 '돌'이라 하는 집단이 들어와 여기에 '돌'을 덧붙여 '도돌오름'이라 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중첩어가 되어 '물물오름'이라는 뜻이 된다. '돌'이라 했던 집단은 한반도 북방의 퉁구스어에 고어형이 남아 있고, 이후는 우리 중세어에서 똑같이 '돌'이라 했다. 본 기획 73회 '토산지명'을 참조하실 수 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그렇다면 도두동에 있는 샘을 '오래물'이라고 하는데 왜 토산처럼 '돌'이라 하지 않는가? 우리 고어에 샘을 '얼'이라고도 했다. 이것은 고려 시대에 나온 삼국사기 지리지라는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천정구현일운어을매곶(泉井口縣一云於乙買串)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것은 '천정구현은 어을매곶이라고도 한다'는 뜻으로 고려의 천정구현은 고구려 때에는 어을매곶이라고 했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샘(泉)을 그보다 더 옛날에는 어을(於乙)이라 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어을'이 한글 표기처럼 딱 부러지게 '어을'이라고만 발음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여러 해석을 낳았는데,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얼', '엘르', '어르' '어러' 등 여러 가지로 읽었다. 제주도에서는 '어리목'이라는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얼' 혹은 '어리'로 발음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래물'의 '오래'란 이 발음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오래물'은 '샘물'이라는 뜻이다. 북방 고구려어 계통의 언어집단이 남긴 유산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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