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77] 3부 오름-(36)감낭오름도 원물오름도 기원은 물이 있는 오름
입력 : 2024. 04. 16(화) 00:00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감낭오름과 원물오름은 하나… '돌오름'에서 파생
감(甘), 감(柑), 시(枾)
모두 '달'에서 기원

[한라일보] 감낭오름과 원물오름은 하나의 오름으로 인식돼왔다. 이름이 14개나 된다. 원물오름계열 지명 중 '원'이 들어있는 지명 6개는 같은 어원에서 기원한다. 왜 그런가? 우선 이 오름의 특징은 뭐니 뭐니해도 샘물이 흐르거나 고여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지명의 해석에서 물과 관련한 어원을 검토해보는 것이 순리다. 감(甘)이란 누구나 '달 감'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맛이) 달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돌 감'이었다. 뜻은 같다. 1527년 훈몽자회, 1576년 신증유합, 1583년 석봉천자문, 1782년 왜어유해 등에서 하나같이 '돌 감'으로 표기했다. 오늘날처럼 '달 감'으로 나오는 것은 조선 정조(재위 1776~1800년) 시기 정약용이 지은 한자교습서 아학편에 처음 나온다. 그러므로 '돌'이란 물을 가리키는 '돌'과 같은 음으로서 '돌오름'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개음절로 발음하면 '도레', '도리', '두리'로도 읽힌다.

따라서 처음에는 감악(甘岳)이라는 훈가자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을 가리키려고 쓴 감(甘)이 지명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느껴 감목봉(柑木峰)에서는 '감나무 감', 시목악(枾木岳)에서는 '감나무 시(枾)'를 차용했다. 감남악(監南峰)에서는 음가자를 차용했다. 여기에 이르면 본디 물을 지시하는 '돌'을 나타내려고 했던 그 옛날의 뜻은 까맣게 잊히기 시작한다.

원물오름 정상, 오른쪽에 주차장과 원물이 보인다. 김찬수


유지(柳池)인가, ?池(앙지)인가
고문헌 해독할 때 신중해야


그런데 제주어 지명 '돌'이 무슨 뜻인지 몰랐던 기록자들에게는 한발 더 나아가 '돌' 또는 '도레'로 들리는 이 발음을 '둥글다'를 의미하는 '두리'로도 들렸을 것이다. 둥근 달(月)도 '돌'이고, 둥근 떡은 '돌레떡'이다. 신경(神境)이라는 동그란 거울이 있다. 동경이라고도 한다. 이 거울을 '도리'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몽골을 비롯한 북방 여러 나라에서도 '도리(Toli)'라고 부른다. 그냥 둥글다는 뜻으로는 원(圓)이 있다. 오늘날은 '둥글 원'이라고 하지만 과거에는 '두리 원'이라고 했다. 1575년 편찬한 광주천자문에 나온다. 이 '원'이라는 말이 기다랗게 생긴 이 오름과는 어울리지 않았던지 점차 원(院), 원(元), 원(阮) 등으로 가지를 쳤다. 월른오름이라는 지명은 '달 월(月)'의 훈가자를 채용한 것이다. 역시 '달오름'이란 뜻이다. 그런데 이런 글자들조차도 어울리지 않았다고 느꼈는지 물과 관련한 글을 찾다가, 아니면 어쩌면 이게 원래의 뜻에 부합한다고 느꼈는지 원(鴛)이라는 한자를 찾아내기에 이르게 된다. 이 글자는 '원앙 원'이라는 글자이니 이게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원물오름계열의 지명 중 유보해 뒀던 마차악(?嵯岳), 앙차악(?嵯岳), 유지(柳池) 등 3개의 지명은 그 기원이 유별나다. 탐라지도병서, 제주삼읍도총지도 등에 '마차악(?嵯岳)', 대정군읍지의 대정군지도에 '앙차악(?嵯岳)'이라 기재했다는 내용이 보인다. 그리고 일부 지명 연구서에는 제주삼읍도총지도에 유지(柳池)라는 지명이 나온다고 했다. '버들못'이라고 풀었다. 이 지도를 확인하기 위해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소장품을 영인한 자료를 검토했다. 그러나 이 지도에 이런 지명이 있는지, 정말 柳池(유지)라고 했는지, 아니면 ?池(앙지)라고 했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원래는 ?(앙)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글자는 유(柳)자와 너무나 비슷하여 혼동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지도에는 지명을 세필로 아주 작게 썼을 뿐만 아니라 한번 필사한 것이므로 필사와 해독의 두 과정을 거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독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시베리아 바이칼 알혼섬의 샤먼, 가슴에 도리(Toli)를 매달고 있다. 출처 위키 커먼즈


특히 앞에서 봤듯이 이 오름의 지명 중 앙차악(?嵯岳)이 있는 것으로 봐서 원본에는 ?池(앙지)로 썼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만약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면 물의 뜻으로 출발한 '원'이 원수악(鴛水岳)에서 처럼 '원앙 원'을 거쳐 원앙의 '앙'을 음가자로 표기한 것일 수 있다. 앙차악(?嵯岳)은 여기서 기원한다. 여기서 앙()은 특별한 뜻이 없다. 차(嵯)는 봉우리를 표현하려고 동원했다.

그런데 ?池(앙지)의 앙(?)은 '말뚝 앙'이라는 글자다. 마차악(?嵯岳)의 마(?)는 '망치 마'라는 글자다. ?(앙)이라는 글자를 훈독한 것으로 판단한다면 마차악(?嵯岳)은 이에 유사한 뜻을 갖는 글자를 동원한 또 다른 지명이 된다.



감낭오름과 원물오름
둘 다 '돌올'에서 출발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결국, 고대인들은 물이 있는 오름이라는 뜻으로 '돌올' 혹은 '돌오름'으로 불렀을 것이다. 지금의 원물오름과 감낭오름으로 구분하지도 않았다. 이 '돌'이라는 말의 뜻을 알 길이 없었던 기록자들은 '돌'과 함께 여기서 파생한 '도레', '두리' 등의 발음에서 '둥근'을 의미하는 '원(圓)'을 소환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오름은 아무리 봐도 둥글다는 뜻과는 거리가 멀므로 원(院), 원(元), 원(阮) 등의 음가자를 동원한 것이 된다. 여기에서 다시 '마차악(?嵯岳)', '앙차악(?嵯岳)'까지 가지를 치기에 이르렀다. 이것을 오늘날엔 원물오름이라 부르고 있다.

또 한 가지 경로는 '돌올'을 나타내기 위해 '돌 감(甘)'으로 훈가자로 차용한 것을 후대에 감나무로 인식하여 감목봉(柑木峰), 시목악(枾木岳)으로도 사용하게 되었다. 이것을 오늘날엔 감낭오름이라 하게 되었다. 따라서 감낭오름과 원물오름은 같은 오름 같은 뜻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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