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월요논단] 김택화미술관을 도립으로 세우자
입력 : 2023. 06. 05(월) 00:00수정 : 2023. 06. 06(화) 23:23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한라일보] 지난 4월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김택화 개인전이 열렸다. 개관 1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특별기획 회고전에는 제주도지사와 해당 부서 공무원들이 개막식에 함께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방문객들 사이에 나온 중심 화제는 화백에 대한 회고와 찬사 외에 3년 전 문을 연 김택화미술관의 미래에 대한 것이었다.

지난 2019년 겨울 조천읍에 개관한 김택화미술관은 개인작가미술관이자, 관련법이 분류하고 있는 사립미술관이다. 사립미술관은 개인이나 비영리 단체가 자발적으로 설립해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개인의 자산, 기부, 후원금, 티켓 판매 등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그런데 국제박물관협의회가 미술관을 '비영리 기관'으로 정의하고 있는 현실에서 사립미술관을 세운다는 것은 가시밭길 위의 모험이라 볼 수 있다. 그만큼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김택화 화백은 1962년 11회 국전에 특선을 수상하면서 도내외에서 역량을 인정받는 분이다. 작가의 예술적 업적과 영향력뿐만 아니라 무욕의 삶과 화혼이 제주 예술계나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제주의 풍광과 그에 대응하며 살아온 섬사람들의 강인한 삶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다. 개발의 미명으로 제주의 자연과 풍토는 사라지고 있으나 화백이 남긴 작품들은 유산으로 남아 영원히 존재하게 됐다.

하지만 조천읍에 자리 잡은 김택화미술관의 현실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건물과 인력 그리고 수장고 등은 화백의 업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미술관 등록을 위한 최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립미술관이 겪어야 할 가시밭길 위에 고난은 소장품의 수집에서 보존, 연구, 전시, 교육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드러난다. 유족과 일부 미술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의 지속가능성과 선순환구조를 세우는데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김택화미술관이 제주 문화의 정체성을 높이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미술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최근 김택화미술관을 도립미술관으로 승격해 다시 세우자는 논의가 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와 김택화미술문화재단에 의해 새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도립미술관은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되는 미술관이다. 그러므로 엄격한 타당성 조사와 학술 연구를 거치며 진행돼야 할 것이다.

현재 제주에는 공립으로 운영되는 개인작가미술관이 다수 있다. 시립으로는 이중섭미술관과 소암기념관이 있으며, 도립으로는 김창열미술관이 가동 중이다. 중광미술관도 설립 준비 중에 있다. 하지만 제주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풍광을 담아낼 공립미술관이 아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제주에는 일본 유학파인 김인지, 홍정표, 송영옥, 조영호, 박태준, 장희옥, 양인옥, 변시지 등과 국내 수학파인 양창보, 강태석, 박충검, 김병화, 정광철 등이 존재한다. 제주도립 김택화미술관의 사업은 제주 미술문화의 계보를 새롭게 다지는 또 하나의 쾌거가 되길 바란다.<김영호 중앙대교수·한국박물관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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