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人터뷰] "내 고향 역사 공부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힘"
입력 : 2023. 04. 30(일) 12:48수정 : 2023. 05. 01(월) 16:41
오은지기자 ejoh@ihalla.com
제5회 제주4·3평화상 특별상 수상자 강요배 화백
제5회 제주4·3평화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강요배 화백을 4월의 끝자락인 지난 27일 그의 작업실 '귀덕화사'에서 만났다. 오은지기자
"운명같은 끌림" '4·3 연작'의 시작
"4·3미술, 예술적 성취로 나아가야"


[한라일보]축하를 건네자 그가 겸연쩍은 미소를 지어보낸다. '4·3미술을 이끈 선구자' '4·3미술의 거장'이라는 평가 속에서 "그냥 4·3을 공부하고 그렸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하던 그는 "영광스럽지만 한편으론 과분한 상"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제주4·3평화상의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강요배(71) 화백의 이야기다.

강 화백은 지난한 4·3진상규명운동의 역사 속에서 예술을 통해 기억 투쟁에 앞장서 왔다. 4·3의 실체를 그림으로 재현해 세상에 알리며 4·3진상규명에 기여한 그는 국내 인사로는 처음으로 4·3평화상 특별상을 받는다.

4월의 끝자락인 지난 27일 그의 작업실 '귀덕화사'에서 화가를 만났다.

1980년대부터 민중미술을 시작하며 역사적인 시각을 그림에 투영해 온 강 화백은 1990년대 '4·3연작'을 통해 '4·3화가'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4·3을 함부로 표출하지 못하던 시기, 4·3관련 서적들을 끌어모아 6개월 정도 부지런히 공부한 그는 이후 3년 여에 걸쳐 50점의 4·3 연작을 그려낸다. 그리고 1992년 서울에서 '제주민중항쟁사'전시를 통해 선보이며 4·3을 전혀 몰랐던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강 화백은 "당시 4·3을 문학으로 접한 사람은 꽤 있었다. 그것을 시각화시켜 4·3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줬던 것 같다"며 "처음엔 무심히 보다가 중간쯤 가면 갑자기 사람들의 정서가 변해가면서 나중엔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이후에도 작가는 '동백꽃 지다' 전시 등을 통해 4·3연작을 추가했고, 현재 80여 점에 이르고 있다.

그가 그린 2500여 점 가운데 '4·3 연작'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청년시절 집중한 4·3은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지표가 된다.

그는 "막연한 공포, 분노, 무력감 등의 덩어리였을 뿐 윤곽도 잡히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었던 4·3을 다루게 된 것을 "운명같은"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30대 후반 몸이 안 좋아져 신체적으로 한계에 다다랐을 때 무리해서라도 그냥 한번 공부하고 그려보자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다른 이들에겐 설득력이 없는 "이상하고 묘한" 일이지만 작가에겐 그랬다. 그렇게 4·3을 공부하면서 심신의 안정을 체험하게 된 그는 4·3을 비롯 자신의 고향에 대한 역사를 끊임없이 배우고 알아가는 일은 예술가를 비롯 누구에게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앞으로 4·3미술이 예술적인 성취로 나아가야함도 피력했다. 진상규명 등의 사회적 성취를 넘어서 4·3에 대한 학습과 탐구의 토대 위에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 감수성을 더해 보다 폭넓은 감동과 울림을 전할 수 있는 좋은 예술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화가는 다음 작품을 위해 지난 3~4년 집중한 전시로 지친 몸을 재충전하고 있다. 최근 화폭에 제주의 풍광과 이를 바라보는 제주인의 감정을 담아내고 있는 그가 구상을 마치고 선보일 새로운 작품이 기대된다.

한편 제주4·3평화재단은 5월 30일 메종글래드 제주 컨벤션홀에서 올해 제주4·3평화상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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