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왕벚'을 부르다] (4) 일본을 가다 ①
입력 : 2023. 04. 27(목) 00:00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일본 전역에 퍼진 왕벚나무… 기원은 '수수께끼'
일본 교토현 철학의길. 수로를 따라 조성된 1.8km의 산책길에 왕벚나무 등 다양한 벚나무가 심어져 있다. 강희만기자
본보 취재팀 일본 현지 취재 보도
왕벚나무 이름·유래로 실재 탐구
일본서 첫 이름 '요시노 자쿠라'
소메이마을서 판매 시작된 품종

[한라일보] 왕벚나무를 둘러싼 '논쟁의 역사'는 길고 깊습니다. 그 기원을 놓고는 한국, 일본을 중심으로 100여 년 넘게 서로 다른 주장이 엎치락뒤치락해 왔습니다. 이는 결코 국가 간의 논쟁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흔히 가로수로 심어진 재배 왕벚을 '소메이요시노(そめいよしの) 벚나무'라고 부르자거나 '일본산'이라며 베어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본보 취재팀은 일본에서 왕벚나무를 부르는 이름인 '소메이요시노'의 유래를 따라가 봤습니다. 그 이름과 실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설에 대한 '탐색'입니다. 이 여정이 왕벚나무 기원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순 없겠지만, 계속된 논쟁에 얽혀 있는 왕벚나무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벚꽃놀이가 축제로… 일본 명소 '요시노산'

벚꽃은 거의 졌지만 축제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본보 취재팀이 지난 10일 찾은 일본 나라현 요시노산에는 막바지 꽃구경객을 실은 대형버스가 쉴 새 없이 이어졌습니다. 해마다 벚꽃이 피는 시기에 어김없이 펼쳐지는 '하나미'(花見, 꽃구경)는 일본 특유의 '벚꽃 사랑'을 보여줍니다.

요시노산은 일본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입니다. 벚꽃놀이가 일본인의 축제로 자리 잡게 된 것과도 연관성이 큰 장소입니다. 그 중심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1537~1598)가 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94년 요시노산에서 다이묘 이하 5000명을 모아 놓고 성대한 벚꽃놀이를 연 일화는 유명합니다. 이처럼 귀족에서 무사로 옮겨간 벚꽃놀이가 서민들도 즐기는 문화가 된 것은 에도시대부터로 전해집니다.

현재 요시노산에는 약 3만 그루의 다양한 벚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한눈에 1000 그루의 벚나무가 보인다는 '일목천본(一目千本)'은 요시노산을 상징하는 풍경입니다. 산 아래부터 정상까지 크게 4구역으로 나뉘는데, 저마다 서로 다른 시기에 꽃을 피우도록 나무를 심으며 관리돼 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요시노 마을 가이드인 카헤이지 모리카와(76) 씨는 "일본 간사이에선 교토, 오사카 벚꽃 명소보다 요시노산이 벚꽃이 늦게까지 피고 많이 피는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다른 지역에 대부분 소메이요시노(왕벚나무)가 심어진 것과 달리 요시노산에는 잎과 꽃이 같이 피는 '야마자쿠라'(산벚나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나라현 요시노산. 일본의 대표적 벚꽃 명소로 꼽힌다. 취재팀이 이곳을 찾은 지난 10일 벚꽃은 거의 다 진 상태였지만, 꽃구경을 위해 찾은 많은 현지인들이 그 명성을 말해 주는 듯했다. 강희만기자
벚꽃구경을 위해 요시노산을 찾은 사람들. 강희만기자
왕벚나무의 첫 일본 이름 '요시노 자쿠라'

지금에야 이 둘이 구분되지만 과거에는 비슷하게 여겨졌습니다. 일본에서 왕벚나무에 처음 붙여진 이름이 '요시노 자쿠라'(Yoshino-Zakura)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요시노'는 요시노산을 가리키는데, 오늘날 이름인 '소메이요시노'에 남은 '요시노'도 같은 의미입니다. 일본에서 왕벚나무의 유래를 얘기할 때 요시노산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럼 '요시노 자쿠라'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온 걸까요. 단어만 보면 요시노산에 자라는 벚나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상품명' 같은 거였습니다. 일본에서 왕벚나무는 1700년대 에도시대(1603~1867년) 중기부터 에도 소메이(현재 도쿄 도시마구 고마고메) 마을에서 정원수 장인들이 팔기 시작한 품종이었는데, 이때 붙여진 이름이 '요시노 자쿠라'였습니다. 소메이요시노라는 새 이름이 지어진 게 1900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왕벚나무는 그때까지 요시노 자쿠라로 알려지며 보급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벚꽃명소인 요시노산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에 왕벚나무는 꽤나 잘 팔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벚꽃 연구가인 후나쓰 카네마쓰가 1956년 '유전:생물의 과학'에 게재한 '사쿠라의 역사'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당시에는 교통이 불편해 요시노산 꽃의 아름다움을 들었지만 그 꽃을 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 '요시노 자쿠라'라고 판매되면서 에도 사람들은 요시노산의 벚나무가 이런 아름다움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신품(요시노 자쿠라)을 심었다.'

이처럼 오랜 재배 역사를 지닌 왕벚나무는 일본 전역에서 가장 흔한 벚나무가 됐습니다. 잎이 돋기 전에 꽃을 피워 만발하는 화려함으로 인기를 끌며 전국적으로 심어졌습니다. 취재팀이 찾은 교토 철학의길, 도쿄 우에노공원 등 벚꽃 명소는 물론 일본 거리 곳곳에 가장 많이 심어진 것도 단연 왕벚나무였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도 그 기원은 여전히 '수수께끼'입니다. '요시노 자쿠라'로 처음 판매되며 보급된 것은 맞지만, 그 재배품종의 탄생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아직 풀리지 않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 이는 재배 왕벚을 무심히 '일본산', '일본 왕벚나무'로 부르는 데 강한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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