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판단 뒤집고 돌고래 무단이송 업체 기소
입력 : 2023. 03. 23(목) 12:13수정 : 2023. 03. 24(금) 09:02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제주지검, "호반 퍼시픽리솜, 거제씨월드 업체 관계자 처벌 필요" 기소
검찰, 1차 수사선 "피의자들 위법성 인식 미약해 처벌 불필요" 기소유예
재수사 과정서 제주도 공무원 진술 번복 "큰돌고래 이송시 허가 받아야"
올해 2월 제주녹색당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큰돌고래 무단 이송 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호반 퍼시픽리솜·거제씨월드의 큰돌고래 무단 반출 사건'을 재수사한 검찰이 "처벌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 판단을 뒤집고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최초 검찰 수사에서 허가 없이 큰돌고래를 다른 곳에 옮길 수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제주도 담당 공무원이 재수사에선 진술을 번복했고, 업체들이 이송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제주도의 현장 조사를 거부했다가 법 준수 공문을 받은 게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런 정황을 근거로 두 업체의 위법성 인식이 미약했던 것이 아니라 뚜렷했다고 판단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해양생태계법) 위반 혐의로 호반 퍼시픽리솜과 거제씨월드 관계자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4월 24일 호반 퍼시픽리솜에서 사육 중이던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이'를 거제씨월드에 허가 없이 옮긴 혐의를 받는다. 해양생태계법에 따라 해양보호생물을 이식, 유통을 하려면 해양수산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큰돌고래는 2021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됐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등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해경은 혐의가 인정돼 두 업체를 처벌해야 한다며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은 올해 2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굳이 처벌할 필요가 없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일종의 면죄부다.

검찰은 기소 유예 이유로 해수부장관의 허가권을 침범하거나 보호에 반할 목적으로 큰돌고래를 이송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과 제주도와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 사이에서 허가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피의자들의 위법성 인식이 미약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었다. 불기소 결정서에는 해수부장관으로부터 허가권을 위임 받은 제주도 담당공무원은 정작 검찰 1차 수사에서는 '큰돌고래 이송은 허가 대상이 아니어서 허가를 신청했더라도 반려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적혀 있다.

핫핑크스돌핀스 등은 검찰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해 재수사를 요청하는 항고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두 업체가 큰돌고래를 이송하기 이틀 전 언론 보도를 통해 허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음에도 무단으로 이송을 강행해 위법성 인식이 미약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재수사 끝에 판단을 뒤집었다.

검찰 관계자는 "재수사 과정에서 업체들이 큰돌고래 이송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지난해 4월27일 제주도의 현장 조사를 거부했다가 하루 뒤 제주도로부터 해양생태계법을 준수하라는 공문을 받은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며 "또 담당 제주도 공무원이 업체 측에 허가가 필요없다고 단정해 안내한 적이 없고 큰돌고래 이송하려면 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진술을 바꾼 점을 토대로 피의자들의 위법성 인식이 미약했던 것이 아니라 뚜렷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핫핑크돌핀스는 "1차 수사 결과는 업체 봐주기였다"면서도 "검찰이 뒤늦게 기소를 결정해 다행"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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