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메리 론리 크리스마스
입력 : 2022. 12. 23(금) 00:00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한라일보]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이 다시 울려 퍼지고 제과점에선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 판매를 진행하고 크리스마스이브의 호텔은 예약이 가득 찬다. 손 글씨로 적은 카드와 정성스레 포장한 선물을 특별한 서로에게 건네는 크리스마스 시즌. 올해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눈이 잦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은 예보와 예감이 교차한다. 많은 이들은 크리스마스에 내리는 눈을 소망한다. 수많은 겨울날에 내리는 눈과 다를 것 없는 눈인데도 크리스마스의 눈에는 모두가 감탄을 연발한다. 왜일까. 눈으로 덮이는 하루의 낭만에 취해서, 세상의 모든 것들 위로 공평하게 내리는 아름다움에 감탄해서 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 계절에 내리는 눈은 누군가를 향한 고맙고 그리운 마음들이 쌓여 뿌려지는 것이 아닐까. 어디로 갈지 알 수 없게 흩날리지만 끝내 어딘가에 닿아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는 눈의 풍경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적힌 수많은 이들이 마음으로 보내는 카드의 물결처럼 느껴진다. 모두에게는 보낼 수 없는 수많은 이유의 카드들이 있을 것이다. 부디 언제든 어디든, 수신인의 순간에 당도하기를.

크리스마스 당일은 일 년 중 극장의 좌석점유율이 가장 높은 날이기도 하다. 연인과의 영화관 데이트는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이벤트 중 하나인데 올해 극장가는 '아바타:물의 길'과 '영웅'이라는 할리우드와 한국의 대작들로 가득 채워질 전망이다. 낭만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극장에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영하의 강추위가 이어지는 시기에 굳이 외출을 하지 않고 안방극장에서 볼 크리스마스 영화를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넷플릭스는 이미 한 달여 전부터 홀리데이 시즌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수십 편의 크리스마스 용 콘텐츠들을 마련해 놓았다. 연인들과,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와 애니메이션이 가득하니 마치 초콜릿 상자를 열어 고르듯 선택할 수 있겠다.

하지만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와 이별의 상처를 잊지 못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고 사람에 부대껴 시즌의 여흥이 피로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는 일이 못내 어려운 이들에게 두 시간의 시간을 몰입해서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영화를 꺼내 건넨다. 한 편은 풋풋해서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성장 멜로드라마고 다른 한 편은 유쾌함과 알싸함이 공존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먼저 일본 청춘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제목처럼 설레는 포장 안에 만개한 꽃들이 천천히 시들고 마르는 것처럼 연인 간의 사랑의 여정이 어떤 모습으로 시절을 지나는지를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두 남녀가 우연한 만남에서부터 행복한 함께의 시간을 거쳐 쉽지 않은 이별과 잊히지 않는 그리움을 맞이하는 과정까지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영화는 일본 청춘 영화 특유의 재미가 가득하다. 때론 달고 때론 시며 어떨 땐 지워지지 않은 쓴맛처럼 느껴지는 사랑이란 알 수 없는 맛을 가득 머금게 되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이에겐 사랑이 남긴 것들을 천천히 곱씹어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연말연시의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남녀의 이야기다. 마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떠오르게 하는 이 작품은 남녀 사이에도 우정이 존재하는지, 만약 존재한다면 섹스가 우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인지를 경쾌한 리듬과 멜로디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말 그대로 뻔한 설정을 펀하게 풀어나가는 이 영화는 이 장르의 치트키라 할 수 있을 두 주연 배우의 호흡이 대단한데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밀라 쿠니스의 매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할 정도다. 혼자 집에서 커다란 피자 한 판을 시켜놓고 쉼 없이 맥주 캔을 따면서 보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영화로 보고 나면 어쩐지 혼자서라도 시청 광장에 나갈 용기를 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모두가 들떠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군가는 숨어 있는, 사랑도 외로움도 각자 최대치로 커질 수밖에 없는 계절에 어쩌면 영화 속 세상은 조금 더 긴밀한 위로로도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두 시간 안에 무언가를 마침내 이루는 이들을 영화 속에서 만나는 일이 주는 마법을 느껴보시길. 사랑을 했든, 사랑이 고프든 메리 크리스마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115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