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주愛빠지다] (22)권주희 스튜디오126 대표·독립기획자
입력 : 2022. 11. 04(금) 00:00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당당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제주"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스튜디오126' 대표인 권주희 독립기획자.
[한라일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재미있게 해보자"가 시작이었다. 딱 그 정도만 하려고 했는데, 일이 커졌다.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 자리잡은 제주살이 4년
큐레이터 활동·신진작가 초청 연중 기획 전시도
문 활짝 열고 먼저 웃으며 다가가… "누구나 환영"

제주살이 4년 사이 직접 운영하는 '스튜디오126'은 제주시 원도심의 대안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고, 다양한 도내 예술행사에서 객원·총괄 큐레이터 역할이 맡겨졌다. 중간중간 평론 요청이 이어지고, 올해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개관 사전 프로그램 연구 등을 진행하는 연구원 활동이 추가됐다. 최근엔 제주문화예술재단 소식지 편집위원과 제주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미술학과 강의도 하고 있다. 재미있게 지내려 시작했는데 아예 일이 돼버렸다.

여기에 두 아이의 엄마로서 육아까지, 제주에서의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스튜디오126' 권주희(37) 대표의 이야기다.

l 연고 없는 제주로 쉽지 않은 선택... 지금은 즐거운 '제2의 인생'

4년전 연고도 없는 제주에 내려온 건 "제주에서 살고 싶다" 수년간 되뇌던 남편의 바람에 설득당해서라고 했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살다보니 기존 생활권을 벗어난다는 건 부담으로 다가왔다. 아이들이 어렸고, 환경의 변화도 좋아하지 않았기에 제주 이주 결정은 그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런 제주에서 권 대표는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

제주시 용담동 오래된 3층 건물을 사 2018년 12월 가족과 내려온 그는 이듬해 1층 빈 공간을 대안 공간 '스튜디오126'으로 채웠다. 결혼 전 회사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했지만 딱히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단 스트레스 해소 겸 재미있는 일을 찾은 것이었다.

공간은 바로 조기섭 작가가 창작공간으로 사용하게 됐는데, 그 인연이 지금의 권 대표를 있게 한 계기가 됐다.

l "재미있는 일을 하자" 시작한 '스튜디오126'... 새로운 시작의 디딤돌

조기섭 작가의 제안으로 그의 전시를 기획하면서 하나 둘 객원 큐레이터 의뢰가 들어왔고, 끊겼던 경력이 이어졌다. 2019년 제주문예재단의 청년문화매개특성화사업 성과공유전시 '예술로 항해하기' 전시 기획을 시작으로 지난해엔 제2회 제주비엔날레 취소에 따른 대안 행사인 제주도립미술관 '프로젝트 제주' 총괄 큐레이터도 맡았다. 그 사이 이사를 하면서 용담로의 '스튜디오126'을 지금의 관덕로로 이전해 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주변에서도 신기해한단다. 제주살이 1~2년이 힘든데 자리잡고 일을 하니. 이제 그녀에게 제주는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장소"로써 의미를 지닌다.

l 일과 육아도 당차게... 언젠가 '원도심프로젝트'를 꿈꾸며

그녀 혼자 기획·운영하는 '스튜디오126'은 연중 기획 전시가 이어진다. 힘들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기획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건 늘 즐겁다. 지역주민들의 소통 공간이 되길 바라며 '스튜디오126'의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공간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는 그녀 나름의 운영철학 때문이다. 누구에게든 먼저 웃으며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 한다는 그녀의 긍정적인 생각이 부닥침 없이 제주에 자연스레 스며들게 된 비결은 아닐까.

아무리 바빠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오롯이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잠을 줄여서 일을 한다. "책임감이 강해서 이것도 저것도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있나봐요"라며 담담히 전하는 목소리에서 야무진 당당함이 배어 나온다.

신진작가 발굴에 애쓰는 권 대표는 제주에 다양한 전시 공간, 다양한 기획이 더 많아져야 작가군도 다채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그녀의 머리 속 '원도심프로젝트'와 '신진작가 아트페어'사업 계획이 조만간 구체화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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