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제주농업으로] (9)전북 완주로컬푸드 ①
생산자도 소비자도 낯선 '로컬푸드' 씨앗 뿌리고 결실
문미숙 기자 ms@ihalla.com입력 : 2022. 09. 22(목) 00:00

농가 찾아 설득·소비자 체험행사로 쌍방소통·신뢰 쌓아
연중 다양한 품목의 기획생산체계·인증시스템도 도입
소비자 인식도 변화하며 지난해 로컬푸드 매출 720억원


8월 말에 찾은 전라북도 전주시 소재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효자점은 오전 5시부터 불을 밝혔다. 전날 오후 수확해 포장한 채소, 과일을 차량에 싣고 온 농가들이 가격, 생산자, 출하날짜가 표기된 라벨을 붙이고 매장의 빈 매대를 채워나갔다.

오이와 토마토 등을 진열하던 김덕순(62)씨는 "9년째 농사지은 것을 10개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출하하는데, 공판장(도매시장)처럼 가격 등락폭이 크지 않은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인구 9만여명의 완주군에선 채소와 과일 농사를 짓고 이들 원물로 가공품을 만드는 농가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로컬푸드'라는 단어가 자연스럽다. 농가에겐 "애써 키운 농산물의 제값을 받아보자"며 10년간 3500여회의 농가조직화 교육을 계속하고, 소비자에겐 "여러 유통단계를 쏙 뺀, 누가 언제 어디서 생산했는지 알 수 있는 건강한 농산물을 사먹자며 600여회(5만명 참가)의 주말농가체험 프로그램을 통한 생산자와 소비자간 쌍방향 소통 덕에 지역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역순환형 생산·유통·소비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왜 로컬푸드에 주목했나?='대한민국 로컬푸드 1번지'로 불리는 완주지만 로컬푸드의 씨앗을 뿌리고 안정적으로 열매를 맺기까지는 상당한 준비기간이 있었다..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오전 일찍 찾은 농가들이 라벨을 붙여 진열하고 있다. 문미숙기자
10여년 전만 해도 로컬푸드라는 이름은 농가에게도, 소비자에게도 낯선 단어였다. 농가인구 1만6400여명 중 경지면적이 1㏊ 미만인 소농이 64%에 이르는 완주군은 소수의 상업농만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이 가능할지, 생산과 유통의 간극 해소에서부터 소농·고령농의 정책 소외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고민하다 로컬푸드를 구상했다. 2008년 농업농촌발전 약속프로젝트 5개년 계획, 2009년 완주로컬푸드 추진계획수립 연구용역과 태스크포스(TF) 구성, 2010년 완주군 농촌활력과에 로컬푸드 전담 신설, 로컬푸드육성지원조례 제정으로 이어졌다.

특히 완주군은 인구 65만여명의 전주시를 빙 둘러싸고 있어 두 지역은 공동생활권이나 다름없다. 도시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작물을 연중 공급하는 기획생산 시스템을 갖춰 직매장 확대와 공공급식시장을 공략하면 도시와 농촌을 잇는 협동경제 모델로 지역과의 상생과 연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승환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대표는 "관행농업 중심의 유통구조에서 고령·소농을 조직화한 완주군의 로컬푸드 추진은 농업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농업전문가 자문을 통해 로컬푸드가 우리 농업농촌을 회생시킬 수 있는 정책으로 판단해 일본의 '지산지소'를 배우고, 민관이 머리를 맞대 3년여간 준비해 추진한 로컬푸드가 지금 여러 지자체가 나서는 푸드플랜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대부분 반대했다던 완주군의 로컬푸드는 2012년 4월 완주군 용진농협에 국내 1호 로컬푸드 직매장 개장이라는 첫 열매를 맺었다. 개장 첫해 43억원이던 직매장 매출은 2021년 114억원으로 늘었다. 매장 설립 전 몇달간 임시매장을 열어 70여농가가 생산하는 50여품목을 팔던 데서 현재 800여 참여농가, 판매 품목은 700가지로 다양해졌다. 용진농협은 로컬푸드직매장과는 별도로 2층에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데 1차 제품을 제외한 일반 가공품만 취급한다. 지난해 매출은 24억원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의 21% 수준이다.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5개 직매장에서 판매하는 농산물과 가공품은 모두 전북 완주산이다. 문미숙기자
2012년 6월 완주에선 농업회사법인 완주로컬푸드(주)가 설립됐다. 용진농협 직매장에는 농협 조합원을 중심으로 출하가 가능해 완주군 전체를 아우르는 농업회사법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같은 해 10월엔 1호 매장인 완주로컬푸드 효자점이 개장했다. 2013년엔 모악산 직매장이 문을 열었다.

직매장은 열었지만 초기엔 작물 수급이 어려워 직원들이 직접 마을마다 찾아다니며 출하농가를 독려하고, 농가 생산물을 운반해 소포장해 팔 정도였다. "농가가 농산물을 직접 포장하고 매장 진열도 해야 한다는 로컬푸드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던 농가들도 매출이 발생하면서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2014년 3호점인 하가 직매장 개장과 함게 농업회사법인은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으로 이름을 바꿔달았다. 2015년 삼천직매장에 이어 2016년에는 5호 둔산직매장이 문을 열었다. 5개 직매장의 지난해 매출은 302억원이다. 소농도 소득을 올려보자며 설득해 참여농가가 늘어난 만큼 건강한 로컬두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의 변화가 가져온 결과다.

김동민 완주군 먹거리정책과 로컬푸드팀장은 "지난해 군의 12개의 로컬푸드 직매장과 공공급식으로 출하해 올린 로컬푸드 매출은 720억원"이라며 "지난해 군 본예산이 7988억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적잖은 금액"이라고 했다.

2017년에는 전주시 덕진구에 (재)완주공공급식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인 전북삼락로컬마켓도 개장했다. 완주만이 아닌 전북의 14개 시군 농가가 함께 참여하는 직매장이다.



▶기획생산과 안전인증 시스템=완주 로컬푸드의 정착은 용진농협과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품목의 연중 생산을 위한 철저한 '기획생산'에 있다.

용진농협은 생산자와 출하약정을 맺고 연중 출하 품목·시기·수량, 안전성 검사 등을 사전 협의하고, 동일 농산물에 대한 출하 일정과 수량을 상호 조율한다.

2012년 4월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전북 완주군 소재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 문미숙기자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은 '150만원 월급을 받는 3000소농을 만들기'를 목표로 했다. 완주와 전주의 소비물량을 먼저 조사한 후 학교급식에선 300품목, 일반 소비자들은 1000품목이 필요하다는 용역을 토대로 직매장, 학교급식 등에 필요한 작물과 가공품생산을 위해 기획생산시스템을 갖췄다. 소농 작목반과 공동체 생산 거점 등 생산을 조직화해 매년 기획생산조사와 현장방문을 통해 관리한다. 지난해 기준 13개 읍면에서 1247농가가 로컬푸드에 참여하고 있는데 60세 이상이 62%, 0.5㏊ 미만 소농 비중이 40%다.

완주군은 로컬푸드 지원 조례 제정에서부터 전담·수행 조직을 꾸려 지원했다. 연중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이 가능하게 330㎡의 내(耐)재해형 비닐하우스 설치비를 70%까지 지원했다. 하우스 설치비에서 관수·수막시설까지 지원이 확대됐고, 현재는 60%를 전북도와 용진군에서 함께 지원한다.

완주 농식품의 우수성 차별화를 위해 '완주로컬푸드 인증시스템'도 도입해 완주군수가 그 안전성을 입증한다. 농산물우수관리(GAP) 잔류농약허용기준 이하 농산물로, 제초제 사용이 금지돼 관행적으로 쉽게 농사짓던 농업인의 생각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았지만 2013년 54농가에서 출발한 인증은 2014년 700농가로, 2016년에는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직매장에 출하되는 모든 농산물로 확대됐다. 인증 유효기간은 2년이다. 문미숙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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