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5)머체왓숲길 방문객지원센터∼서중천변 옛길∼족은거린오름∼옛 임도∼머체왓 소롱콧길∼머체왓숲길 방문객지원센터
하천과 숲길 오가며 오름과 골짜기 넘나들다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입력 : 2022. 08. 09(화) 00:00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를 지나 남원리와 태흥리를 가로지르며 바다까지 이어지는 서중천은 한라산의 흙붉은오름에서 시작해 깊은 계곡을 이루며 남동쪽으로 흐른다. 양영태 작가
햇빛 가린 숲속 걸으며 무더위 날려
진한 백리향과 바위 고란초도 눈길

숲속 길을 걸을 때는 생각일랑 버리고 가자. 그저 앞사람 발뒤꿈치만 보며 걸어보자.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면 불현듯 발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계곡 사이 청명한 하늘, 두어 점 흰 구름은 새소리를 떨군다. 발아래를 보라. 풀잎 위에 앉아있는 벌레들의 수다가 들린다. 코끝에는 숲 향기가 걸쳐 있다. 비로소 새로운 세상 속으로 들어선 것이다. 평소에는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고, 볼 수 없는 풍경을 보고, 맡지 못하는 자연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여행. 그것이 에코투어다.

지난달 22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2년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5차 행사의 코스는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머체왓숲길 방문객지원센터를 출발해 족은거린오름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머체왓숲길을 지나 서중천을 건너 서중천변을 따라 오르다 다시 서중천을 건너 족은거린오름을 오른다. 족은거린오름을 지나면 옛 임도를 만나는데,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머체왓 소롱콧길과 만나고 그 길을 따라 출발지로 돌아오는 코스다. 이번 투어 역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상황이어서 비대면으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서중천은 한라산의 흙붉은오름에서 시작해 깊은 계곡을 이루며 남동쪽으로 흐른다. 남원읍 한남리를 지나 남원리와 태흥리를 가로지르며 바다까지 이어진다. 서중천은 조선시대 정의현 서중면을 관통하는 큰 내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길잡이 박태석 씨는 "서중천 일대는 다른 지역보다 오름은 적지만 하천변을 따라 울창한 숲이 있고, 걷기 좋은 길들이 많다"고 한다. 쨍한 햇볕을 피해 서둘러 머체왓숲길로 들어섰다.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숲길을 지나 서중천으로 내려서면 마른 빌레 위로 백리향의 예쁜 꽃이 반긴다. 향기가 백 리를 간다고 해서 백리향이다. 가볍게 눈인사만 건네고 다시 하천변의 숲길로 올라섰다. 건너편에 있는 친구를 부르듯 하천을 향해 길게 손을 뻗은 나무들이 울창하다.

사진 왼쪽부터 버어먼초, 백리향
아까시흰구멍버섯
고란초
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면 서중천 전망대를 만난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하천 바닥은 커다란 바위들로 덮여 있다. 마치 물이 흐르고 있는 듯한 모양의 바위들이다. 하천변 길은 끊어진 듯 이어지고, 이어졌다 끊어진다. 족은거린오름을 오르려면 서중천을 다시 건너야 한다. 하천 바닥 마른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눈을 감는다. 물소리가 들린다. 바위에는 각종 이끼와 고란초가 사이좋게 자란다. 까마귀가 우짖고 지나가는 계곡엔 바람이 무더위를 식혀준다. 서중천을 건너 족은거린오름으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섰다. 이제는 서중천과 헤어져 오름을 향한다. 다소 완만하게 느껴지는 길은 오름 북쪽 능선을 감아 돌며 정상으로 이어진다.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거린오름은 위쪽의 웃거린오름(큰거린오름)과 아래쪽의 알거린오름(족은거린오름) 사이가 자그마한 골짜기를 이뤄 갈려있다는 데서 붙인 것이다. '거리다'는 '갈리다'의 제주어다. 지형도를 보면 두 개의 오름이 X자 형태로 붙어 있다. 사방이 숲이라 오름 정상이라는 느낌만 간직한 채 오름을 내려선다. 길은 족은거린오름 능선을 따라 골짜기를 건너고 다시 거린오름 능선과 만난다. 거린오름 서쪽 끝자락에서 벗어난 길은 임도를 만나고, 임도는 소롱콧길을 향해 내려간다. 잣성이라고 하는 조선시대 제주도 중산간 목장 지대를 농경지와 경계하기 위해 쌓은 성이 있다. 해발 350m에서 400m 일대에 환상으로 만든 것을 중잣성이라고 한다. 임도를 걸으면 구불구불한 중잣성을 만난다. 옛 임도와 소롱콧길은 삼나무와 소나무, 편백이 가득한 숲 가운데를 가로지른다. 소롱콧길 주변은 다른 오름이나 숲과 달리 편백을 많이 심었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삼나무보다 다소 엉성하게 난 가지들이 숲의 기운을 따사롭게 한다. 편백낭쉼터에서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출발지를 향해 힘차게 발을 옮긴다.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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