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택의 한라칼럼] 세계적 도요지인 노랑굴과 검은굴
김채현 수습기자 hakch@ihalla.com입력 : 2022. 05. 24(화) 00:00
흙과 물이 풍부했던 대정현서는 오래전부터 도요지가 구축돼 항아리와 허벅 등의 옹기그릇들을 만들어왔다.

제주도기념물(제58-4)로 지정된 노랑굴인 '신도리(3138번지) 도요지'는 건립 시기는 알 수 없으나 1960년대까지 도기를 생산했다 한다. 제주도기념물로 지정된 구억리(721.1055번지) 노랑굴(제58-1호)과 검은굴(제58-2호)은 특히 원형이 잘 보존된 도요지로 알려져 있다. 노랑굴과 검은굴 두 개의 도요지들은 완만한 경사면에 위치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연기로 착색하는 기술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굴은 가마를 뜻하는 제주어이기도 하다. 노랑굴과 검은굴이란 명칭은, 그릇을 구울 때 온도 변화에 따라 그릇 표면이 노란색과 검은색을 띠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낙천리에서 생산되던 질 좋은 흙은 인근 여러 마을에 들어섰던 노랑굴과 검은굴의 원료로 쓰였다 한다. 오래전 흙을 파낸 곳은 깊은 웅덩이가 되고 물이 고이는 샘이 됐다. 이러한 지형 역시 지역의 역사문화가 깃든 유산이기에 낙천리에서는 '아홉굿 공원'이라는 명소를 마을에 조성해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굿은 샘을 뜻하는 지역어이다.

1487년(성종 18) 민정을 살피는 임시직인 추새경차관으로 제주에 왔던 최부는 탐라사(耽羅詞)라는 한시에서 제주의 마을 풍경을 다음의 글로 표현했다. "…허벅진 촌 아낙은 물 길러 가고(負甁村婦汲泉去) / 피리 부는 어린 목동은 둑 쌓은 길로 돌아오네(橫笛堤兒牧馬歸)…." 최근세까지도 허벅진 아낙은 제주여인의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허벅을 머리에 얹은 모습 대신 등에 지는 것은 머리를 경외하는 제주선인들의 사고가 반영된 풍속이자 편리성 때문이기도 하다.

경차관 최부가 신기하게 여겼던 허벅을 비롯한 제주의 옹기들은 돌가마에서 구워졌다. 다른 지역의 가마가 흙가마(土窯)인데 반해 제주 지역의 가마는 돌가마(石窯)였다. 도자기 역사에서 돌가마에 관한 기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한다.

이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다면 제주도의 노랑굴과 검은굴은 세계 최초의 석요 도요지로 알려질 수도 있다.

그릇 표면에 유약을 칠하지 않는 제주의 옹기는 순전히 불의 영향으로 발색이 이뤄졌다. 노란굴에서는 도기를 1100℃ 이상에서, 검은굴은 900℃ 내외에서 구워졌단다. 가마에 지피는 불에 대한 책임을 진 '불대장'은 옹기를 굴 때마다 매번 온전하게 굽게 해달라고 지성으로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 한다.

구억리 검은굴은 제주도는 물론 세계에서도 단 1개만 남아있는 도요지이기에 보존과 관리 대책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검은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노랑굴은 비가림 시설 덕분에 상태가 비교적 좋은 편이다.

노랑굴과 검은굴을 잘 보존하고 계승하는 것 역시 제주의 정체성을 바르게 세우는 일일 것이다. <문영택 (사)질토래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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