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의 월요논단] 허맹이 문서 탄소 중립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입력 : 2022. 01. 17(월) 00:00
1년에 100번 넘게 자전거를 갖고 출장을 다닌다. 여러 도시를 보고 제주와 비교하게 된다.

진주 출장 가는 길에 일부러 통영까지 자전거 타고 가서 ‘동피랑 벽화마을’을 보기도 한다. ‘동피랑’이 ‘동쪽 벼랑’이라는 사투리이고, 초등학생 그림처럼 굵고 서툴게 보이는 벽화도 색다르다. 제주에도 신천리 등 몇 개의 벽화마을이 있다.

제주의 걷고 달리는 길은 다른 도시와 차이가 크다. 제주에서 차가 달리는 길은 어디든 잘 뚫려 있다. 마을 안을 지나는 일주도로, 마을 위 우회도로, 급하면 중산간도로로 빠르게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아스팔트가 울퉁불퉁하고 땅 꺼짐 현상이 다른 도시에 비해 너무 심하다.

제주 지하에는 숨골이 많다. 현무암의 치밀도와 경도는 육지부 화강암에 비해 매우 낮다. 그래서 다른 지역 기준에 따라 도로를 만들면 지반이 약해 밤낮 파손된 도로 덧씌우기 공사를 해야 한다. 제주 지질의 특성을 고려한 도로공사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

제주에는 개인형 이동 수단 (Personal Mobility, PM)인 전동 킥보드, 전동휠, 자전거가 갈 수 있는 ‘보행자.자전거 겸용 도로’가 없다.

제주시가 10여 년 전부터 공공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에 서 있는 공공자전거가 너무 많다. 갈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인도로 가면 불법이고 차도로 가면 위험하다. 차도도 없는데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 가는 직행버스를 만든 어리석움과 같다.

PM도 인도로 다니면 불법이다. 자전거도로나 차도의 우측 가장자리로 이동해야 하는데 너무 위험하다. 그래서 불법인 줄 알면서도 인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인도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인도 대부분은 보도블록이고 이빨 빠지고 깨진 보도블록과 이음 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파손된 보도블록 때문에 PM, 자전거 사고가 나서 지자체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기사도 자주 올라온다.

서울시는 2년 전에 보행자.자전거 겸용 도로를 만들었다. 서울 어디든 자전거, PM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여러 도시들이 보행자.자전거 겸용 도로를 만들고 있다. 제주에는 소식이 없다.

제주는 돈이 많은 모양이다. 연초에 ‘탄소 중립’ 목표를 위해 2000억 원이 넘는 예산 계획을 세웠다. 속을 들여다보면 전기자동차, 도로, 주차장 만드는 예산이고 교통약자를 위한 예산은 쥐꼬리만 하다. 자동차를 줄여야 ‘탄소 중립’인데, 자동차를 늘리는 예산이다. 초등학생도 전기차의 전기를 생산할 때 온실가스가 나오는 것을 아는데 공무원은 모른다.

진짜 ‘탄소 중립’은 동력을 이용하지 않고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다. 걷는 것과 자전거가 진짜 ‘탄소 중립’이다. 제주를 찾아오는 누구나 걷고 싶은 인도를 만들고 보행자.자전거 겸용 도로를 따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진짜 ‘탄소 중립’을 계획했으면 좋겠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551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오피니언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