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진정 중요한 것들은 숨지 않고 우리 곁에
마크 헤이머의 '두더지 잡기'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입력 : 2022. 01. 07(금) 00:00
두더지 사냥꾼으로 보낸 날
자연 예찬 넘어 그리운 일상

그는 두더지 사냥꾼이었다. 그 일을 시작한 건 돈 때문이었다. 정원 일이 없을 땐 두더지를 잡느라 분주했다. 두 앞발을 더듬으며 평생 굴을 파는 두더지는 땅을 헤집는 탓에 정원과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두더지 사냥꾼은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영국에서는 전통적 직업이다. 최근 조사 결과 영국에 등록된 두더지 사냥꾼은 약 300명에 이른다.

'두더지 잡기'는 전직 두더지 사냥꾼이자 정원사인 북잉글랜드 출신의 시인 마크 헤이머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노년의 정원사가 자연에서 배운 것들'이란 부제에서 짐작하듯 헤이머가 60세를 넘긴 나이에 쓴 첫 책으로 자연에 대한 명상적인 시선을 담되 그 매개가 두더지라는 점에서 다른 빛깔을 띤다.

헤이머는 배우자를 만나 정착하기 전까지 오롯이 혼자였다. 열여섯의 나이에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그는 2년 가까이 노숙자로 지냈다. 무작정 걷기만 했던 그때의 기억은 그에게 상처와 두려움으로 남아 있고 아직도 그 시절의 악몽을 꾼다고 했다. 그럼에도 돌담에 기대 하룻밤을 보내며 들었던 거센 빗소리가 "거의 참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동시에 그만큼 참을 수 없이 외롭게 느껴졌다"는 대목에선 고독과 마주하며 생의 신비로움을 발견했던 그의 행로가 그려진다.

저자는 두더지를 잡기 위해 자연 속에서 홀로 긴 시간을 보내는 동안 공기, 토양, 태양, 비 등 대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느낌을 가졌다. 그것은 그를 탄탄하고 건강하고 평화롭게 이끌었다. 그러나 때로 고립된 삶은 인간들과 함께 있기를 갈망하도록 했다. 두더지를 없애려면 녀석들을 죽이는 수밖에 없었던 점도 그가 두더지 사냥을 그만둔 배경 중 하나다. 그는 말한다. "나는 숨겨진 것들을 찾는 데 지쳤다. 진정 중요한 것들은 실은 모두 저곳에, 그냥 가질 수 있게, 땅 위에 놓여있다. 내가 들고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조각들처럼." 황유원 옮김. 카라칼. 1만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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