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김태일의 '제주 원도심으로 떠나는 건축기행'
"그래도 남아있는 옛 골목에 생명을"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입력 : 2021. 09. 24(금) 00:00
'제주 원도심으로 떠나는 건축기행'에 실린 2차 매립 전 탑동 먹돌바당 전경.
제주성에서 탑동 매립까지
해체·소멸 수난 시절 딛고

도시계획 축소 집적화 필요

생직골(생짓골), 내팍골, 새병골(세병골), 두목골(두묵골, 두뭇골), 창뒤골, 검정목골, 칠성골, 몰항골, 이앗골. 제주시 원도심의 옛길 이름이다. 그는 도로 개설과 복개로 일부 옛길은 그 모습이 변했지만 1914년과 지금의 지적도를 비교하면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시대의 세찬 물살이 익숙하고 오래된 것들을 모조리 앗아간 듯 해도 끝까지 살아 남아 우리를 위로하는 존재들이 있다. 제주섬의 기나긴 역사와 함께 해온 원도심이 지닌 힘이리라.

그동안 원도심 탐방객들을 위한 길라잡이를 마다하지 않았던 김태일 제주대 교수가 그 길에 놓인 건축물을 중심으로 한 권의 책을 엮었다. '제주 원도심으로 떠나는 건축기행'이다.

제주대에 재직하며 이 땅과 인연을 맺은 김 교수는 제주읍성에서 탑동까지 다다르며 원도심 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문하고 있다. 과거 도시계획이 확대 발전 지향적이었다면 이제는 축소 집적화하는 방향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

저자는 일제강점기 이후 도시화·근대화 과정 속에 제주시 시가지계획에 따라 일정 부분 도시의 성장 틀을 마련한 긍정적인 부분이 있으나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던 원도심 공간 구조와 역사문화 자원들이 상처나거나 소멸되었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이 과정을 돌아보며 사라지거나 기능이 축소된 칠성대, 관덕정 광장, 제주읍성, 옛 제주시청사, 옛 제주대 용담 캠퍼스 본관, 무근성 일대 와가 등을 소환했고, 지금은 잊힌 제주 건축가들의 이름을 불러냈다. 원도심에 물자와 사람을 실어나르던 바다로 향해선 탑동 매립과 먹돌 이야기를 꺼냈다. 도시공간의 훼손이 곧 정신세계의 훼손과 같다면 원도심에 얽힌 기억을 하나쯤 가졌던 이들은 지난 시절 적지 않은 마음의 고통을 겪었을지 모른다.

건축기행의 마지막 장에선 "우리는 어떠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란 질문을 던졌다. 저자는 "원도심 내에는 여전히 50년, 60년 세월의 때가 묻은 건축물과 옛 골목길이 파편적으로 남아있다. 도시재생은 이것들을 복원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며 "제주읍성을 지나는 산지천, 병문천, 한천 주변을 그린웨이로 조성해 장기적으로 정비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제언했다. 도서출판 각.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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